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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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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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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이러다가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면 어쩌나 하는 「쓸데 없는 걱정」(기우)이 진짜 걱정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기우이려니 하는 일들이 자꾸 현실로 나타난다. 다리가 부러지고 유람선이 불타는가 하면 총대를 거꾸로 멘 군인이 총기난동까지 부린다. ◆유교의 경전격인 륙경에 대해 공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여섯개 책의 내용은 각기 다르나 세상을 다스리는 문제를 다룸에는 같다. 예기는 사람에게 절도를 부여하고 악경은 조화를 주며 서경은 사실을 기술한다. 시경은 사람의 심경을 펴주고 역경은 변화의 신비를 보여주며 춘추는 도의를 말해준다. 유교의 정치철학이자 생활철학이다. ◆지금 이 사회는 절도를 잃고 조화가 깨졌으며 도의가 설 자리가 없게 되었다. 그러니 심경을 곧게 펼수조차 없다. 나라의 근본이 흔들리는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한다. 대통령이 국방 치안 안전사고 예방에 국민이 안심할 수 있게 하라고 신신 당부하면 큰 일이 터진다. 절도와 조화와 도의가 깡그리 무너지는 참담함을 거듭 목격하게 된다. ◆이처럼 비통한 현실을 어떻게 설명하고 자위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렇다고 속 시원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불안과 우수의 그림자만 짙어가고 있다. 그대로 여기서 주저앉고 말 것인가, 그럴수는 없다. 이젠 지름길보다 바른길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잘난체 하지 않고 정말 잘 살기 위해서 그러하다. ◆륙경의 그것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절도와 조화와 도의를 바로 일으켜 세우는 게 절실하다. 생활의 철학, 정치철학이 없이는 불행과 비극을 막아낼 방도가 없을 것 같다. 정부도 정부지만 민의 대응이 있어 마땅할 때다. 진짜 걱정을 기우로 만들 힘은 「자각」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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