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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감리자 “있으나마나”(집중해부/건설부조리:하·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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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감리자 “있으나마나”(집중해부/건설부조리:하·끝)

입력
1994.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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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공세·압력… 안먹히면 교체/시공중지·재시공명령권 “그림의 떡” 부실시공의 가장 큰 원인은 실질적인 감리와 감독의 부재이다. 감리와 감독은 부실공사를 막는 최종 스위퍼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감리가 제대로 이뤄지면 부실시공이나 덤핑입찰은 생각할 수도 없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정반대다. 규격에 맞지 않는 자재가 공공연히 사용되는가 하면 설계와 다르게 시공했는데도 이를 묵인한다. 

 관급자재를 다른 용도로 전용하고, 시공업체에 유리하게 임의로 설계를 변경하거나 공기를 연장해도 이를 바로잡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이같은 감리부조리는 시공자와 발주자의 유착, 금품수수, 감리원의 권한과 책임 부재, 감리기술 및 인력부족, 비현실적인 감리비 책정, 감리에 대한 인식 부족 등 복합적인 요인들에 기인한다.

 부실감리의 배후에서는 대개 금품이 오간다. 때로는 감리원이 잘못된 시공을 바로잡도록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공사현장의 오랜 관행의 벽에 부딪친다. 금품과 향응공세가 안먹히면 시공자와 발주자가 함께 감리업체에 압력을 넣는다. 감리업체도 나중을 생각하면 원칙만을 고집할 수가 없다. 최근 몇년사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공사현장에서는 여전히 「월례비」「설계변경비」「떡값」등 여러 명목의 금품이 오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리원에게 부실시공을 막을 실질적인 권한이 주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감리부재의 핵심적인 문제점이다.

 우리나라에 감리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지난 90년. 그나마 감리자의 실질권한이나 책임이 없이 감독관을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부터 전면 책임감리제가 도입돼 감리원에게 시공중지 및 재시공명령권을 주고 감리를 잘못하면 손해배상등 책임을 물리도록 제도가 보완됐지만 이 또한 현실과는 거리가 먼 규정들이다.

 공사현장마다 발주기관에서 파견한 업무연락관이 있어 감리원이 발주처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업무연락관은 감리원을 교체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 감리원의 권한은 명목에 그칠 수밖에 없다.

 감리업계의 기술 및 인력부족도 감리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원인이다. 경험과 기술이 부족한 감리원이 시공상의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하기는 어렵다. 

 현재 국내에는 1백96개의 감리회사가 있고 여기에 8천여명의 감리원이 소속돼 있지만 이들의 대부분이 경력 4년미만의 「햇병아리」들이다. 적정한 감리대가가 보장되지 않아 보수가 상대적으로 낮고, 늘 현장을 돌아다녀야 하는 취약한 근무여건으로 인해 우수한 기술자들이 감리업무를 기피하는 것이다.

 결국 부조리에서 부실로 이어지는 건설현장의 악순환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부실한 감리·감독체계를 바로잡는 일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감리업계가 뿌리내릴 토양부터 마련해 주어야 한다. 감리시행 대상을 확대하고 감리대가를 대폭 현실화해 감리업계의 기업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또 선진감리기술을 습득하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감리시장을 조기에 개방하는 방안과 함께 부실감리와 시공회사의 감리기피, 감리예산 미확보등 감리업무 전반을 조사·감독할 전담기구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김상철·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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