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중심부 타임스 스퀘어에는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는 각종 연극·뮤지컬의 입장권을 파는 매표소가 있다. 이곳에서는 예매되고 남은 당일분 표를 50%가량 할인된 가격에 판다. 뮤지컬과 연극의 입장료가 보통 60달러 수준이므로 이곳을 이용하면 꽤 큰 돈을 절약할 수 있다. 표를 사기 위해선 물론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인기있는 뮤지컬이나 연극을 원하는 시간에 보기 위해선 대부분의 경우 전화예약을 해야 한다. 전화예약은 줄을 서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대신 제대로 된 가격을 내야 한다. 거기에다 수수료가 붙는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맨해튼내의 어떤 영화관을 가든 입구 안쪽에는 예약표를 따로 취급하는 자동판매기가 있다. 여기에 예약때 알려준 크레디트 카드를 집어넣기만 하면 된다. 표값은 온라인으로 자동결제된다.
이용하는 측의 입장에서 보자면 편리하기 이를데 없는 미국의 예약제도는 두가지 사실을 생각케 한다. 하나는 「공짜는 없다」라는 것이다. 전화 한 통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이 누리는 편리함에 대한 정확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반대로 시간과 품을 들이는 쪽은 꼭 그만큼의 경제적 이익을 보게 된다.
다른 하나는 신용의 힘이다. 미국의 예약제도가 현재의 수준으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은 예약 부도율이 낮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신용정착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그 합의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편리함은 애당초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컴퓨터 시스템의 발달은 부차적인 요인에 불과하다. 제 아무리 뛰어난 전산망이라 해도 사람간의 신용이 바탕되지 않고선 성능좋은 기계일 뿐이다.
편리함에 공짜가 없듯 예약사회도 거저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란 사실을 새삼 새기게 된다.【뉴욕=홍희곤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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