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각료·기업인 50명 수행 “주목”/WTO출마GATT가입 서로 지지/시장확보기술개발 동상이몽 여전 31일 이붕중국총리의 방한은 지금까지 한국 민간기업과 중국의 성정부수준에서 진행돼온 경제협력관계가 양국 중앙정부 차원의 추진력을 얻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이총리는 92년 한중수교이후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최초의 중국측 정상급인사인데다 일행 가운데 국가경제위원회 진금화주임, 대외무역경제합작부 오의부장등 비중있는 경제각료와 함께 기업인이 50명이나 포함돼 주목된다.
이번 방한의 표면적인 성과는 일단 지난 3월 김영삼대통령의 방중때 약속한 경협내용의 진전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당시 양국은 제도적 틀로서 산업협력위원회를 설립하고 ▲자동차 ▲항공기 ▲전자교환기 ▲HD(고선명)TV와 원자력분야를 전략적 협력분야로 꼽았었다.
양국은 회담을 통해 중형항공기 공동개발협정과 원자력협정에 정식서명, 그동안 벌여온 협력노력에 일차적인 결실을 맺게 된다. 자동차부문에선 대우그룹의 자동차부품공장 설립을 둘러싸고 양국 기업인간에 공식적인 합작서명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상협력 부문에선 한국이 중국의 GATT(관세무역 일반협정)가입을 환영하고 중국은 한국의 WTO(세계무역기구)사무총장 출마를 지지하는 입장을 교환하는 한편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에서의 공동협력을 다짐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한일정 가운데 특히 눈길이 가는 대목은 이총리일행이 대통령예방·회담등 일부를 제외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시설을 둘러본다는 점이다. 2일엔 삼성전자 기흥반도체공장과 창원의 대우중공업 삼성항공, 3일은 울산의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을 차례로 방문해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빡빡한 일정이다. 주요 공장에 대한 산업시찰은 중국측의 자발적 요청에 의해 추진된 것으로 전해져 일단 한국경제의 실력을 검증한뒤 향후 한중경협 추진의 폭과 속도를 판단하려는 복선을 깔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방한기간에 양국 기업인끼리 그동안 진행해온 협력의향을 다지는 물밑대화도 폭넓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방한이후 양국의 투자협력이 봇물터지듯 가속화하리라는 기대는 성급하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지난 80년대 중국이 일본과 수교한뒤 등소평주석이 일본을 공식방문했지만 양국간 경협이 가속을 얻지 못한 전례를 들어 중국측의 「만만디(만만적)」행보가 한국이라고 예외가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수교3년만에 미국 일본에 이은 우리나라의 3위 교역국이 됐고 대중투자진출도 8월말 현재 누계로 1천7백건 14억달러에 이르러 최대투자국으로 떠올랐다.
더욱이 국내 주요그룹들은 인구 12억의 잠재시장을 노려 수많은 투자프로젝트를 떠벌리며 앞뒤 안가리고 중국에 뛰어들 태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상공부관계자는 『양국 경협의 기본성격이 광활한 내수시장을 노리는 한국측 희망과 상품기술의 개발을 추구하는 중국속셈이 엇갈리는 동상이몽 수준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3월 양국정상회담에서 합의한 4개분야 가운데 전자교환기와 HDTV부문에선 아직도 거의 진전이 없는데다 이번 방한중 항공기개발협정에 서명했지만 항공기조립라인을 어디에 설치할 것인지 합의하지 못한 사실등을 들어 향후 대중협력이 우리 욕심처럼 순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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