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8월 한·중 국교수립 이후 한국쪽에서는 두 대통령이 북경을 방문했고 외무부장관은 여러차례 중국을 찾았다. 상당히 활발한 정상외교에 방문외교 활동을 벌인 셈이다. 그런데 중국쪽에서는 작년 5월 전기침외교부장이 한번 서울을 다녀간 것이 전부다. 상호주의라는 원칙에서 본다면 심한 불균형이다. 중국의 실권자라는 등소평, 국가주석이자 당총서기인 강택민등의 이름이 정상방문외교와 관련하여 가끔 보도되기도 했지만 추측으로 끝나곤 했었다.
그래서 노태우대통령에 이어 김영삼대통령이 중국방문길에 오르자 상호주의를 외면하는 중국을 탓하는 소리가 나오는 동시에 한국의 짝사랑 외교를 비판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것이 바로 중국의 대국주의이고 한국의 사대주의인가 하고 못마땅한 생각도 들었다.
31일 한국땅을 밟는 이붕중국총리의 발길은 그러한 양국간의 방문외교의 불균형을 시정한다는데 우선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가고싶을 때 가면 그만이지 굳이 형식적인 상호주의를 고집할 필요가 있느냐는 실리주의적 시각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어느 나라나 외교에서 국민감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상호주의는 지켜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총리의 방한은 우리 국민의 섭섭한 마음을 다소나마 달래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등소평도 아니고 강택민도 아니고 기껏 이붕총리냐고 불평하는 소리도 있음직하지만 그가 최고의 정상은 아니더라도 정상급 인사임에는 틀림없다. 한국처럼 만만한 존재의 국무총리가 아니라 의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5년 임기로 선출되는 실권총리이기 때문이다.
이총리는 특히 80·85·91년 세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한 일이 있으나 한국방문은 처음이기 때문에 그가 남·북한을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은 지금 남·북한에 대한 양다리 걸치기식 외교로 시비의 대상이 되어 있는 터라 이총리가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에 대한 인식을 정확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한국에 대한 시각을 올바르게 가져야 북한에 대한 인식도 시정할 수 있는 것이다.
연간 15만명의 인적교류와 1백40억달러의 무역고가 말해주듯 한·중관계는 이미 본 궤도에 들어갔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배려로 한국이 경시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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