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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계획단계부터 뇌물 판쳐(집중해부/건설부조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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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계획단계부터 뇌물 판쳐(집중해부/건설부조리:상)

입력
1994.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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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보고서에 나타난 실태/예산배정·공사집행정보 빼내기 혈안/“따고 보자” 덤핑수주·설계변경 악순환 지난해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감사원 자문기구로 설치된 부정방지대책위원회(위원장 이세중)가 이미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건설부조리 실태와 대책을 생생하게 정리, 보고한 사실이 밝혀져 관심을 끌고 있다. 부정방지대책위원회의 건설부조리에 관한 보고서를 보면 정부 스스로 건설부조리의 실태와 문제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음에도 대비를 철저히 하지 않아 이번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같은 대형참사를 불러왔음을 알 수 있다. 부정방지대책위원회의 「건설부조리 실태와 방지대책」의 주요내용을 3회에 걸쳐 요약한다.【편집자 주】

 건설부조리는 사업계획단계서부터 시작돼 설계 입찰·계약 하도급 시공 감리·감독 사후관리등 전과정에 걸쳐 다양한 모습으로 뿌리를 박고 있다. 사업계획단계의 대표적인 부조리는 공사 집행계획이나 예산배정과 관련한 편의와 정보를 제공하고 금품을 주고 받는 행위이다. 공사예산을 따내기 위해 예산배정권이 있는 부서에 금품을 주거나 뇌물을 받고 관련업체에 공사계획을 사전에 누설하는 것이다.

 대형공사의 사업계획이 얼마나 엉성하게 이뤄지는가는 사업비 책정내용에서 드러난다. 지난 89년 사업이 계획된 수도권 외곽도로 건설사업의 경우 당초 사업비는 6천5백20억원이었으나 설계변경등을 이유로 실제는 당초의 5.4배나 되는 3조5천1백76억원으로 늘어났다. 당초 9천1백억원의 사업비를 계획하고 설계에 들어간 서해안 고속도로의 경우 실제는 예정사업비의 4.9배인 4조4천7백68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설계단계에서도 부실은 예외가 아니다. 공사현장의 여건을 무시한 졸속설계, 설계도면이나 공사시방서를 모호하게 작성해 결과적으로 부실시공을 초래하는 경우등이다. 93년6월 감사원이 적발한 56건의 설계부조리 사례는 공사 설계단계에서 비리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공사입찰 단계에서 부조리는 부당한 입찰제한, 덤핑입찰, 예정가격 누설, 담합등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자격있는 업체들이 자유롭게 경쟁하기보다는 로비력이 세거나 뇌물을 먹인 업체가 수의계약이나 제한경쟁에 의해 공사를 따내는 것은 건설업계의 보편적인 행태이다. 정부 발주공사의 50%가 수의계약에 의해, 27%가 제한경쟁에 의해 체결되는 반면 일반경쟁 방식의 입찰은 6∼7%에 불과하다.

 덤핑입찰은 실제 공사비와는 관계없이 우선 공사부터 따내고 보자는 「한건주의」에서 비롯된다. 수백억원 공사가 1원에 낙찰되는 믿지 못할 기록을 내기도 했다(78년 동아건설이 따낸 원효대교 건설공사의 경우. 원효대교는 결국 부실시공으로 인해 현재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벌이고 있다). 정부발주 공사의 경우 예정가의 50∼60% 수준의 입찰금액으로 낙찰되는 사례는 부지기수이다. 예정가(1백21억3천4백만원)의 49.3%에 불과한 59억8천만원에 낙찰(93년3월)된 부산 동서고가도로 접속공사는 덤핑입찰의 대표적인 예이다.

 공사를 덤핑으로 수주한 경우 채산성 확보를 위해 하도급가격을 대폭 삭감하거나 무면허업자에게 하도급을 주는 방식을 동원한다. 감사원이 적발한 사례중에는 하도급이 3단계까지 이뤄진 경우도 있었다. 이때 최종 하도급자에게 돌아간 공사대금은 원도급액의 30%에도 못미쳤다.

 입찰담합 또한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부조리이다. 담합의 유형도 다양하다. 윤번제로 돌아가면서 공사를 수주하거나 연고권공사를 인정해 특정업체를 밀어주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낙찰을 원하는 업체가 낙찰에 협조한 업체에 사례금조로 공사금액의 일정비율을 「떡값」으로 주거나 발주 예정가격이 낮을 때는 고의로 유찰시켜 재입찰에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담합은 여러가지로 사회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 정부예산의 낭비는 물론 실력있는 업체의 참여가 봉쇄돼 비능률을 초래, 결국은 부실시공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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