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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북개방 유도” 공조 관심/이붕총리 방한이 갖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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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북개방 유도” 공조 관심/이붕총리 방한이 갖는 의미

입력
1994.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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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각관계 활용” 양국 이해관계 일치 중국의 이붕총리가 31일 방한, 김영삼대통령과의 회담등 4박5일간의 일정에 들어간다.

 이붕총리는 중국의 국가원수인 국가주석은 아니지만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선출된 임기 5년의 행정부수반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최고위급 중국인사이다. 따라서 한중관계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그의 방한의 상징적 의미는 자못 크다고 할 수 있다. 92년 8월 중국과 수교 이후 경제적 측면에서 급속한 협력관계를 발전시켜온 정부가 이총리의 방한의 정치적 비중과 상징성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이다. 정부는 이총리의 방한으로 최고지도층간의 교류확대와 함께 북·미회담타결 이후 새로운 정세가 조성되고 있는 동북아에서 한중 양국이 보다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총리와 김대통령의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에서는 북한을 개방으로 유도, 한반도에 있어서 평화보장체제를 구축하는 문제가 보다 심도있게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북한의 유일한 후견자인 중국은 명분과 실리의 양측면에서 남북한 등거리 외교노선을 견지하고 있으나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에 동참시켜 개방에 나서도록 한다는 데는 양국의 이해가 일치하고 있다. 특히 우리로서는 북·미회담 합의사항에 대한 북한의 성실한 이행확보가 초미의 관심사인 만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건설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전기침부총리겸 외교부장이 이례적으로 이총리를 수행한다는 것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와함께 중국은 최근 대북경수로지원을 위한 국제컨소시엄에 참여의사를 밝힌 바 있어 이와관련된 한중간 공조및 역할분담여부도 주목된다.

 한중간 정치적 동반자관계의 모색은 궁극적으로 아시아 태평양및 동북아지역에서의 새로운 협력체제의 확립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는 양국간 경제적 결속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중국은 우리와의 관계에서 정치적 측면보다는 경제적 측면에 비중을 둬 왔던 게 사실이다. 이번 이총리의 방한에 맞춰 40∼50명의 기업인이 함께 온다는 점도 이같은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관련, 정부는 양국간의 경제관계가 이미 무역규모를 확대하는 수준을 넘어 산업·기술협력을 촉진하고 경협구조를 고도화하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3월 김대통령의 방중시 합의된 「산업협력위원회」가 구성·가동되고 있고 특히 자동차, 항공기, 전전자교환기(TDX), 고화질TV등 전략산업에서는 공동기술개발, 공동생산, 공동판매를 목표로 구체적인 협력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이총리의 방한에 따른 성과도 가시적으로는 경제적 측면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항공기사업분야에서는 「민간항공기 협력개발에 관한 약정」이 체결됨으로써 양국간 민간항공기의 공동개발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상당한 의욕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원자력산업분야에서의 협력도 상당한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총리의 방한기간에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정」이 정식체결된다. 이어 11월께는 「원자력안전협력에 관한 의정서」와 「원전건설에 관한 예비타당성조사에 관한 양해각서」등이 잇따라 체결된다. 이같은 일련의 협정체결은 우리 기업이 중국의 원전건설에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원자력산업분야에서의 협력은 양국간 정치적 신뢰관계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양국관계의 정치경제적 현주소를 상징하는 효과도 있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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