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적으로는 「각하」쪽 방향잡은듯/박대표측 「소송반발」우려 공표미뤄 중앙선관위는 고민스럽다. 신민당의 박찬종대표측이 제출한 당대표및 직인변경등록신청 때문이다. 변경신청에 대한 수용여부는 사실상 박대표등이 강행한 각목 전당대회의 적법성에 대한 판단을 의미한다. 따라서 선관위의 결정은 불가피하게 신민당의 주류와 비주류 어느 한쪽에는 정치적 치명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정황때문에 선관위는 『외국의 사례를 검토해 보기 위해…』 『위원장의 일정때문에』라는 다소 「궁색한」 이유를 들어 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다.
선관위에는 「정당이 대표등에 대한 변경등록을 신청하면 서류접수일로부터 7일이내에 수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내부 훈시규정이 있다. 하지만 선관위는 지난26일로 이 시한을 넘겼다. 선관위의 관계자는 『훈시규정이므로 법적 강제력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 규정을 지키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곤혹감을 토로했다.
선관위는 내부적으로는 이미 「각하」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당대회의장의 「자격」이 문제가 있다는 후문이다. 신민당 당헌상 전당대회 소집권자는 의장으로 돼 있으나 신민당은 전당대회의장을 공식 선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무자격」전당대회의장인 정상구전의원에 의해 소집된 전당대회를 합법적인 대회로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이 자리에서 선출된 대표등의 변경등록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선관위는 박대표측이 추가로 제출한 소명을 인정하지 않고 「원칙대로」 결론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의 절차문제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당내부의 불화가 있을 때마다 비슷한 유형의 반쪽 대회가 열리게 될 것』이라며 이같은 판단의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김동길대표진영은 선관위의 변경등록수용에 대비, 별도의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선관위가 이를 공표하지 못하는 것은 「이후의 사태」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박대표진영은 각하결정이 나올 경우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선관위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선관위가 송사에 휘말린다는 것 자체가 헌법기관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때문에 선관위는 최종결정에 앞서 당사자들이 정치적 타협을 통해 변경등록신청을 취소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선관위의 기대가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선관위가 자꾸만 늑장을 부리자 눈치보지 말고 빨리 입장표명을 하라는 여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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