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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쓰면 합법,안쓰면 불법공사”/건설현장 뇌물 먹이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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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쓰면 합법,안쓰면 불법공사”/건설현장 뇌물 먹이사슬

입력
1994.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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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공비줄여 마련 부실양산/입찰과정 누설·담합·협박 판쳐/시공과정 각종법규들은 「돈뜯는 명분」으로 둔갑 건설현장에서의 뇌물은 만능이다. 건설현장에서 오가는 검은 돈이 못하는 것은 없다. 이 때문에 공사의 계획단계에서부터 설계 입찰 시공 감리 준공 관리등 공사 전과정에서 『돈쓰면 합법, 안쓰면 불법』이라는 「뇌물만능법」이 통한다. 이 법은 각종 건축관련법의 상위법이나 다름없다. 뇌물없이는 어느 한 단계라도 그냥 넘어갈 수 없으며 부실·규정미달공사도 뇌물만 쓰면 합법공사로 둔갑한다. 

 뇌물자금은 업자의 주머니에서 별도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공사과정에서 규정에 못미치는 값싼 자재를 사용하고 설계를 변경하는등의 편법행위를 통해 마련된다. 예정가의 80%가량에 낙찰받아 이중에서 20%가량의 뇌물을 바쳐도 다리나 건물을 완공할 수 있는 비결은 하도급 재하도급을 거치는데다 자재를 빼먹고 적당히 마무리하는데 있다. 다리나 지하철 원자력발전소 도로공사등 대형공사일수록 뇌물은 커진다. 돈만 벌면 된다는 업자들의 장삿속과 뇌물에 부실을 눈감아주는 공무원들의 비리가 결탁돼 이 땅에 부실건물, 부실교량이 마구잡이로 세워지고 있는 것이다.

 공정별로 연결되는 뇌물사슬의 속을 들여다보면 층층이 쌓아놓은 꿀단지에 파리떼들이 우글거리는 모양과 다름없다.

 뇌물고리는 사업계획단계에서부터 출발된다. 지방에 토지를 마련한 건설업자는 이곳에 사업을 벌이기 위해 지역출신 국회의원이나 국가기간시설을 기획하고 예산을 짜는 관련부처의 공무원들에게 로비를 벌인다. 평상시 뇌물로 관리한 유력인사를 동원해 활동비를 다시 지급하며 사업을 성사시키기도 한다. 또한 각종 정부사업 정보를 미리 빼내 사업권을 확보한다.

 업자들의 로비가 가장 활발한 것은 공사권을 따내는 과정이다. 발주기관을 충분히 구워삶은 건설업자는 수의계약으로 공사권을 확보한다. 정부투자기관과 지자체등 발주기관 기관장들에 대한 낙찰업체 최고경영층의 인사(?)는 관행이 돼 있다. 공개경쟁입찰도 사실은 공개경쟁입찰이 아니다. 발주담당 공무원은 공사권을 판다. 특정업체에 입찰예정가를 미리 흘려 공사권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의 특정업체와 발주기관의 공무원은 검은 돈으로 연결된다. 공사금액에 따라 공사권을 딴 업체가 발주처 공무원에게 주는 돈은 수백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른다.

 대형공사를 입찰할 때는 경쟁업체들끼리 나눠먹기식으로 서로 담합하기도 한다. 이때 들러리를 서주는 회사나 양보한 회사들에게 「떡값」이란 뇌물과 함께 성대한 향연이 베풀어진다. 이들은 경쟁업체가 담합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조직 폭력배들을 동원해 협박 공갈하고 입찰장 출입을 막기도 한다. 이때 담합입찰과 뇌물제공등은 이른바 「등재이사」가 담당한다. 「등재이사」는 실제로는 부장급 직원으로 관련법규상 입찰자가 이사급이어야 하는 제한을 피하고 뇌물제공혐의로 구속되는등의 최악의 상황에서 실제이사 대신 수갑을 차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건설업체는 이로써 이사급인력을 보호하고 「등재이사」에게는 정상직원보다 훨씬 많은 보수를 지급한다.

 이처럼 한 공사 따내는데만 총공사비의 10% 정도가 뇌물로 들어가며 경쟁업체들과 공사이익을 나눠먹기로 약속한 경우에는 10%를 훨씬 넘어선다.

 낙찰이후 시공과정에서도 관할구청 파출소 소방서 사이비언론기관등에 뇌물을 제공한다. 공사가 시작되면 건축관련 각종법규들은 공무원들이 돈을 뜯어내기 위한 명분으로 둔갑한다. 공사와 직접관련이 없이도 평소 확실한 끈을 맺어두기 위한 상납이 휴가비 경조사비 관청의 행사지원금으로 지출되며 상납을 위한 고스톱도 벌어진다. 당국의 한 관계자도 『과거에는 공무원 한명이 3∼4곳의 공사장을 감독, 철저한 감독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공정이 10%가량 진척될때마다 공사장에 들르는 감독자는 곧 뇌물수금원이었다』고 밝혔다.

 월례비를 꼬박꼬박 지불해왔으나 준공단계가 되면 뇌물은 또 필요하다. 감독자의 태도가 돌변해 추가비용을 들여야 하며 소방시설등 각종 시설을 맡은 해당 공무원들에게도 정기상납과는 별도의 뇌물을 줘야 한다.【이종재·유승호기자】

◎검찰수사로 본 실태/건설 뇌물비리 구조적이고 은밀/단골메뉴… 확인된 액수는 공사비 1%안팎/원전·상무대·통신공사관련 수억대 오고가

 각종 건설공사와 관련한 뇌물수수비리는 특수부 검사들의 단골 메뉴일만큼 일반적인 현상이다. 반면 확인된 뇌물액수는 공사비의 1%안팎에 불과, 이같은 비리가 구조적이고 은밀하다는 점을 실감케 한다.

 대검 중수부는 지난 8월 원전공사와 관련, 대기업을 포함한 5개업체로부터 공사편의제공등의 명목으로 12억원의 뇌물을 받은 안병화전한전사장을 구속했다.

 안씨는 91년10월 월성 원전2∼4호기 원자로설비시공을 맡은 캐나다 원자력공사 한국대리점 (주)삼창으로부터 2억원을 받았다. 

 당시 이 회사가 맡은 총공사비는 7억2천6백만달러(한화 5천6백여억원상당).

 또 1천억∼2천억원대의 공사를 맡은 나머지 4개 대기업으로부터는 각각 2억∼3억원씩 받았다.

 서울지검이 수사한 상무대 이전공사와 관련한 비리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이 사건으로 구속된 청우종합건설회장은 1천6백억원대의 도로포장공사를 수주하면서 군관계자 2명에게 6천여만원의 뇌물을 준 것을 비롯, 공사선급금으로 받은 6백58억원중 1백35억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뇌물액수는 미미하지만 총공사비의 8·4%가량이 공사 외적인 용도로 사용된 것이다.

 또 93년4월 한국통신 부산건설국 간부 2명이 20억원대의 전화케이블공사를 발주하면서 특정업자에게 낙찰해주는 조건으로 2억여원의 뇌물를 받은 혐의로 검찰에 적발됐었다.

 이밖에 입찰정보를 유출해주고 수천만원대의 뇌물을 받거나 공사수주및 하청공사에 참여토록 해주는 조건으로 금품을 받은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검찰관계자는 『공사비가 많더라도 발주에서 준공검사까지 공무원과 업자의 담합에 의한 변수가 매우 많기 때문에 전체 비리를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선 수사관들은 검찰에 적발된 것 외에 공사진행과정에서 사용되는 공사 외적 비용은 전체 공사비의 20∼30%가까이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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