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적 유형화에 극적 현실감 희생 제 18회 서울연극제가 막을 내렸다. 창작극 육성을 목적으로 설정되어 일년간 공연되었거나 창작된 희곡 중 심사를 거쳐 선발된 작품들이 벌이는 경연인만큼 8편의 공식 참가작은 현재 한국 연극의 표본이라 할 수 있겠다. 지면관계상 구체적 예를 들지못하지만 연극제 작품들이 공통으로 보이는 현상은 무대위에 재현하는 현실이 허구적 유형화에 머무른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우리 연극의 문제는 소재와 주제를 연극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서 지나치게 강조하며 주제의 타당성으로 극작들의 미숙함, 인물의 유형화, 상투적 대사등을 용서받으려는데에 있다. 그러므로 비극적 주제는 있는데 감동적인 비극은 없으며 희극적 소재는 있는데 재미있는 희극은 없다.
작가는 무대위의 가상의 세계가 관객들에게 현실로 받아들여지도록 치밀히 계산된 구성안에서 보편성과 개별성이 조화를 이룬 인물들의 행위를 통해서 극적 리얼리티를 창조해야 한다.
그러나 연극제 작품들은 과도하게 대사중심이어서 인물들은 행위보다는 서술을 하고 대화보다는 논쟁을 전달한다. 그들의 대사는 극진행을 위한 도구에 불과할 뿐 대사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현실성도 없이 상황에 따른 상투적 유형에 머무른다. 인물의 사회적 배경이나 교육정도, 고유한 버릇, 그들간의 갈등등을 개별화하고 비유, 압축, 상징등을 다양하게 사용하여 깊이를 더하기보다는 획일적이고 평면적이다. 그래서 우리 극작가들이 만들어내는 인물들은 살아서 움직이기보다는 작가의 단상을 전달하는 대변인이며, 대부분 개성없는 스테레오타입들의 행진이다.
희곡작가들은 때로 능력있는 연출가, 인기배우, 특이한 무대 장치등에 기대어 극작의 미흡함을 감출 수 있다. 혹은 연출 해석의 적합성이나 배우의 연기술을 탓하며 자기 반성에 게으를 수도 있다. 모두 지양해야 할 아마추어적 태도이다.
연극적 감동은 현실에 대한 통찰과 관찰이 탄탄한 극작술 안에서 생동감있게 펼쳐지는 극적 리얼리티에서 오는데 그것을 허술한 구성과 유형화, 보충설명으로 대체하려는 것은 작가의 책임회피이고 창작극의 한계를 방치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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