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내 자국상표보호 압력 호기판단/미대사관·무역대표부 소송지원 나서 지난 50년대 미국의 유명 영화배우였던 제임스 딘의 유족을 대표하는 커티스 경영그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코미디언 주병진씨가 경영하는「(주)좋은 사람들」을 상대로 이 회사의 인기 속옷 브랜드인 「제임스 딘」에 대한 등록무효 청구신청을 특허청에 낸 것으로 확인됐다.
커티스사는 이와는 별도로 주씨 회사가 불공정거래행위를 일삼고 있다며 같은날 서울지법 서부지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커티스사의 홍보대행사인 루벤스타인사(뉴욕소재)가 밝힌 소장에 의하면 주씨는 전세계적으로 등록돼있는 제임스딘 상표를 무단 도용해「제임스 딘」「제임스 딘 프레지던트」등의 브랜드가 들어간 남녀 팬티를 국내 1백여개 체인망을 통해 시판중이라는 것이다.
커티스그룹은 현재 패스트푸드업체인 맥도널드사와도 상표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데 맥도널드는 호주에서 햄버거 판촉활동을 벌이면서 제임스 딘의 이름과 얼굴모습을 무단 사용중이라는 것이다. 커티스사는 제임스 딘의 유족 이외에도 험프리 보거트, 그레타 가르보, 베이브 루스, 잉그리드 버그먼등 유명인들의 이름이 들어간 상품의 판촉과 경영업무도 대행하고 있다.
주병진씨를 상대로 한 상표권소송은 미국업계가 한국에서의 지적 재산권보호문제에 대해 보다 강력한 압력을 가할 것을 미국정부에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커티스사는 이번 소송을 주병진씨와 제임스 딘 유족간의 상표권분쟁으로만 국한하지 않고 이를 한미 양국간의 지적재산권 침해분쟁으로 비화시켜 이를 계기로 미국 유명브랜드의 한국내 상표권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커티스사의 마크 로슬러사장은 26일 미국내 각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정부가 이 문제와 관련, 주병진씨를 감싸는데 대해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는 한국정부가 적법한 지적재산권을 존중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는 증거』라고 비난했다.
한편 미무역대표부와 주한미대사관측도 커티스사의 소송을 측면지원하고 있다. 내달초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로슬러사장은 주한미대사관과 특허청 관계자들을 만나 「제임스 딘」상표권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루벤스타인사의 피터 해밀턴대변인은 『이번 분쟁은 미국인들의 우상인 제임스 딘의 이름이 한국제품에 무단 사용됐다는 사실 때문에 일반 미국인들도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주미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유명상표」보호를 규정한 파리협약의 당사국으로서 외국의 유명상표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한뒤 『그러나 상표권에 대한 선등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의 특허청이 일단 주병진씨의 등록을 받아준 이상 이를 무효화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미간에는 이밖에도 미국의 유명 농구선수인 「패트릭 유잉」의 이름과 서명이 들어간 상표를 둘러싼 말썽이 있었으나 한국측 출원자의 자진 특허포기형식으로 결말이 날 전망이다.
지난봄에는 한국 유수의 제과회사인 동양제과가 미국산 「클로레츠(CLORETS)」의 디자인과 포장등이 똑같은 껌제품을 제조판매하다가 스스로 상표권 등록을 철회한 적도 있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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