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건설공사에 부실과 사고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성수대교의 조속한 복구를 위해 당국에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성수대교 붕괴참사로 구석에 몰린 건설인들을 대표해 13개 건설단체장들이 지난 25일 건설회관에서 가진 「성수대교붕괴사고 관련 합동기자회견」은 발표문을 읽고 기자들의 질문에 짧게 대답하는 것으로 5분만에 끝났다. 단체장들은 1쪽짜리 발표문을 낭독하고 쏟아지는 질문에 간단히 답한뒤 피하듯 서둘러 회견장을 떠났다.
참석자들은 「부실공사추방의 해」에 대형붕괴참사를 빚은 건설단체장들이 새로운 각오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었다. 부실공사로 수많은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데 대한 진정한 참회와 사과, 그리고 앞으로 단단한 다리를 놓고 금이 안가는 아파트를 지을 것을 다짐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건설단체장들은 참석자들의 이런 기대를 여지없이 깨뜨렸다. 이들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참석자들은 이들에게서 참회와 사과의 염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단체장들은 성수대교 복구비용등을 당국과 어떻게 분담하고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엉뚱하게도 『사고의 책임소재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비용문제를 결정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사고원인이 어디에 있건 복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말과는 당장 상충되는 것이었다. 성수대교 시공회사인 동아건설의 사고대책본부에서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사고만 터지면 부실시공 운운하는데 잘 모르고 하는 소립니다. 성수대교도 30톤이하차량만 다니게 만든 다리에 최고 60톤차량이 다니도록 허용한 당국의 부실한 관리때문에 무너졌어요』
결국 이날 기자회견은 잇단 대형붕괴사고로 건설업계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여론무마용으로 급조됐다는 느낌밖에 주지 않았다. 국민들은 『사고가 나지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염불은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귀가 따갑게 들어왔다. 정작 이날 회견에 기대했던 것은 부실시공에 대한 진정한 참회와 부실을 방지할 수 있는 실천방안이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