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확보위해” 사상처음/지분율 25%목표 한솔제지가 26일 동해종합금융(구동해투자금융)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동해종금의 주식을 공개매수하겠다고 증권감독원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솔은 신청서에서 『비록 제지전문기업이지만 회사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필요하다』며 『공개매수를 통해 45만주를 추가로 확보, 동해종금에 대한 지분율을 현재 10%에서 25%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다른 기업의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공개매수를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솔은 공개매수 가격으로 시가(26일 종가 3만4천원)보다 4천원 비싼 3만8천원을 제시했다.
증권관리위원회가 신청서를 수리할 경우 한솔은 수리후 10일뒤(11월9일로 예상됨)부터 동해종금의 주식을 가진 주주를 대상으로 20일동안 주당 3만8천원에 주식을 매입(대우증권 대행)할 수 있는 데 한솔측은 『25%를 매입,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같다』고 전망했다.
지난74년 부산에서 설립된 동해종금은 80년대 국제그룹의 해체이후 김도근 동일고무벨트회장등 지역상공인들에게 경영권이 넘어갔던 지방 종금사다. 김회장등 기존 대주주의 지분율은 10%로 한솔측과 같다.
◎해설/「공개매수」 76년 도입후 사장상태/적대적인수·합병성격… 파문클듯
한솔제지의 공개매수 신청은 경제계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다분히 다른 기업의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적대적인 기업인수·합병(M&A)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기업의 경우 그동안 정부에서 지나칠 정도로 대주주의 경영권을 보호해 주는 바람에 대주주들은 경영권을 남에게, 그것도 정상적인 상거래를 통해 빼앗기리라는 것은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수십차례의 M&A가 있었지만 대부분 기존 대주주로부터 지분을 매입하는 이른바 호의적 M&A였다.
공개매수는 신문광고등 공개적인 절차를 거친 뒤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일반주주들이 가진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다. 76년 증권거래법 개정때 도입됐으나 그동안 사실상 「사장」되었었다. 다른 사람의 경영권을 빼앗는다는 것이 우리의 정서에 맞지 않아서이다.
증권계는 한솔의 공개매수를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선 회사도 대주주가 제대로 경영권을 「방어」하지 못하면 상품처럼 팔릴 수 있다는 점을 새삼 확인해준 것이다. 특히 96년부터 상장기업주식의 일반투자자 소유제한이 철폐될 예정이어서 이번 공개매수는 M&A 활성화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처럼 경영권이 주식시장에서 좌우되면 기업들이 경영권을 지키는데 많은 시간과 돈을 허비하게 된다』는 반대론과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어차피 겪어야 할 일로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찬성론이 엇갈리고 있다. 【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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