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철근·멀건 콘크리트사용 버젓이/벽금가고 수도관새고 툭하면 “와르르”/무리한 공기·빼먹는 공사비 부실재촉/“빨리·많이” 졸속정책·감독불재도 원인 「엄마 무서워요」 「금간 집 말고 새 집을 달라」
91년11월에 새로 입주한 분당 신도시아파트의 시범단지 벽에 오랫동안 나붙었던 구호다. 아파트가 언제 무너질지 몰라 불안하니 대책을 세워달라는 하소연이다.
모든 공사현상에 부실이 만연된 우리나라에서는 아파트라고 예외일 수 없다. 편안하게 쉬어야 할 아파트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고 있다. 신도시건설때 평촌의 한양아파트처럼 짓고 있던 중에 무너지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93년초 청주에서 발생한 우암아파트처럼 주민들이 자고 있는 한밤중에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또다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뻔한 대책을 내놓는등 법석을 떨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나라 아파트 대부분이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짧은 기간에 소나기식으로 아파트를 지어대느라 안전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포항의 한 아파트는 비스듬히 기울어지고 벽체에 금이 가 무너지기 직전에 허물어 다시 지었고 소비자보호원등 소비자보호기관과 단체에는 아파트부실에 대한 호소가 매일 끊이지 않고 있다. 설마 무너지기야 하겠느냐던 성수대교가 하루아침에 붕괴된 것처럼 겉으로는 멀쩡한 아파트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아파트에 대한 이같은 불신은 최근 건설부가 전국에서 건설중인 아파트현장 3백9곳을 조사한 결과에서 근거있는 것임이 그대로 입증됐다.
건설부조사에 의하면 공사현장의 77%인 2백39개 현장에서 무더기 부실공사가 적발됐다. 이중 바닥이나 벽체등에 심하게 균열이 생겨 공사를 중단하고 다시 지어야 하는 아파트가 11개나 됐다. 벽이나 계단등에 철근을 적게 넣어 부분별로 헐어내고 재시공해야 하는 아파트도 15개였다. 이밖에 천장 슬래브에 금이 가고 발코니 난간의 용접이 불량하거나 벽체의 철근피복 두께 부족, 불량한 벽돌쌓기, 관 매입 부실, 보온재 미시공, 옹벽 마무리 불량, 불량 장식장 설치등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지어진 아파트가 한 채라도 있을까』하고 생각할만큼 부실 및 하자는 부지기수였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올 여름에 시공한 아파트는 겉이 멀쩡해도 부실공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콘크리트가 적당한 강도로 양생되려면 일정 온도이상으로 올라가서는 안되는데 30도를 웃도는 날이 한달가량 지속된 올 여름의 기상조건으로는 콘크리트가 충분히 양생되지 않고 빨리 굳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찌는듯한 무더위속에서 콘크리트 양생을 우려해 공사를 중단한 건설업체는 전국에서 한 곳도 없었다.
이 관계자는 『시멘트를 겉으로 말끔하게 발라놓은 빌딩의 상당수는 금명간 내부에 균열이 생겨 건물의 안전에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파트도 전국적인 불신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는 이유는 이처럼 날씨같은 외부적인 단순요인도 있지만 큰 이유는 아파트 역시 총체적인 부실과 건설비리라는 토양위에서 지어졌다는데 있다. 아파트 역시 무리한 계획에 무리한 공사기간, 하도급과 재하도급과정에서 빼먹은 공사비, 감리 감독부재등이 부실요인으로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기본 시공기술도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도입한 신공법이나 건설업체의 무책임한 끝마무리등이 아파트부실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보다 싼값에 보다 빨리, 많이 짓겠다는 정부의 졸속정책과 한푼이라도 더 많은 이윤을 챙기려는 건설업체의 이해가 서로 맞물린 상황에서 부실아파트는 피할 수 없는 결과인 것이다.
정부 졸속계획아래 부실이 우려되는 대표적인 아파트 밀집지역은 분당과 평촌이다. 워낙 많은 물량에다 무리한 공기로 인력난과 자재난속에서 지어진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공사기한에 쫓긴 건설업체들은 바닥콘크리트가 채 굳기도 전에 지붕을 얹고 바다모래를 그냥 사용하는가 하면 감독자는 공기단축만 재촉했다. 법정 표준공기는 10층을 15개월에 올린뒤 1층이 추가될 때마다 2개월씩 늘어나야 하지만 이를 지킨 아파트는 한군데도 없다. 아파트자재의 강도시험도 형식적이었다. 레미콘의 30%가량은 정부가 인정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 때문에 곳곳에서 다 올라간 건물이 무너져내리는 사고가 줄을 이었던 것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지금도 위층 변기의 물이 아래층으로 흘러내리고 옆집에서 소곤대는 말까지 들린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92년1월 평촌 한양아파트 1차 602동 21평형 임대아파트가 무너지는 사고가 있었다. 14층 뒷베란다용 콘크리트 패널이 떨어지면서 13층부터 6층까지 설치된 베란다가 연쇄적으로 무너졌다. 조립식공법으로 14층 베란다를 설치하기 위해 타워크레인으로 2톤무게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끌어올려 양생이 덜된 13층의 콘크리트 받침대 위에 놓는 순간 무너진 것이다. 기술도 없이 무리하게 신공법을 도입하고 구조적인 분석없이 고층으로 지은 것이 우리나라 아파트다.
아파트는 한번 잘못 지어지면 원상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처음부터 완벽한 시공을 해야 한다. 잘못 지어진 아파트는 언제라도 뜯어내고 다시 지어야 한다. 다리를 건너면서 느끼는 불안감을 집으로까지 끌어들여서는 더 이상 살 수가 없다. 아파트도 철저한 점검과 안전관리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은 물론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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