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에 동갑부부 참변/고생 아내에 미안해 모처럼 큰맘/“첫 동반여행이었는데” 가족오열 결혼 24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처음으로 여행을 나섰던 동갑내기 부부가 24일 유람선화재사고로 희생돼 가족들이 애통해하고 있다. 보훈병원 의료기사 이종근(48·경기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 동아아파트 209동 705호) 박정순씨(48)부부 실종 소식을 듣고 뒤늦게 현장에 달려온 동생 성근(45) 순근(40) 정근씨(37) 3형제는 큰형 부부의 죽음을 확인한 순간 넋이 나가 버렸다.
이씨 부부는 결혼 24주년인 24일을 기념하기 위해 23일 밤 수안보에 내려와 유람선을 탔다가 화마에 휩싸여 싸늘한 숯덩어리로 변해버렸다. 70년 10월 24일 중매결혼한 동갑내기부부는 금실이 좋기로 소문났었다. 부인 박씨가 롯데백화점에서 남의 장사를 돕는 부업때문에 일요일에도 시간을 내기 어려워 동반여행은커녕 외출 한번 제대로 못해보았다.
그러나 큰 아들 대선(23)이 열흘 전 제대를 했고 결혼 24주년도 다가와 큰 마음 먹고 박씨의 일이 끝나자 곧바로 결혼기념일 여행을 떠났다. 평소 고생만 시킨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던 이씨는 결혼24주년에다 마침 이날이 백화점이 쉬는 월요일이어서 모처럼 직장에 휴가를 신청했다.
성근씨 3형제는 큰형 부부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고 25일 충주에 도착, 선착장에서 형의 캐피탈승용차를 발견하고는 그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희생자 시신이 안치된 충주 건국대병원 영안실에서 아파트 열쇠와 손목시계로 숯덩이같은 시신이 형수임을 확인하는 순간 동생들과 장남은 한동안 말을 잃었다.
『왜 하필 우리 형님 부부입니까. 우연으로 치기에는 두 분의 죽음은 너무나 기구합니다』 세 동생들의 울부짖음은 「사고공화국」시민들의 억울한 절규로 들렸다.【단양=한덕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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