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팀 즉각출동… 원인규명 역점 재발없게 미/끝없는 대비훈련 피해 최소화일/내구·안전성 최우선 부실차단불 미국 일본 프랑스등 선진국에서도 대형 사고는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들은 완벽한 재난 예방·대응시스템을 갖춰 사고 발생률과 그 피해를 극소화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대조적이다. 그들은 대형사고 예방에 대한 국가적 컨센서스, 최우선적인 정책지원, 일선 공무원들의 철저한 공복정신등이 3박자를 이뤄 대형참사의 피해를 줄이고 있다.
○…미국의 재난구조 시스템은 완벽에 가깝다. 그물 같은 「911 시스템」이 미국내 모든 재난에 1차적으로 대응한다. 911은 한국의 119에 해당하는 긴급전화번호인데 어느 곳에서든 이 전화번호를 누르면 최단시간내에 구조팀이 출동한다. 육·해·공 어디든 재난지역에 출동, 늑장출동이란 상상할 수도 없다. 이같이 완벽한 위기관리 시스템에는 공익을 최우선시하는 시민정신이 절대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재난예방시스템도 사후 조치 못지 않게 철저하다. 한국기준으로 보면 인력과 장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인재는 물론 천재지변까지도 미리 대비해 피해를 극소화한다는 데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예산도 최우선적으로 배정된다. 정부가 예산삭감을 할 때에도 이 부문만큼은 건드리지 않는다.
시골 소읍에 이르기까지 시민의용구조대가 편성되어 있어 관계기관의 전문 구조대와 유기적인 협조를 하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각 기관은 즉석에서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형성, 혼란을 최소화 한다.
이같은 재난관리시스템은 재난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그 교훈을 값지게 축적한 결과다. 사고 발생시에는 무엇보다 원인규명에 최대의 역점을 둔다.
예컨대 지난 9월 발생한 유에스에어 항공기 추락참사의 경우 담당기관인 전국교통안전국(NTSB)은 사고원인 조사에만 1년을 잡고 있다. NTSB는 이같은 철저한 조사로 지난 67년부터 발생한 각종 항공기 사고 가운데 3건을 제외한 모든 사고의 원인을 완벽하게 규명해냈다.【뉴욕=조재용특파원】
○…일본은 지진등 재난이 닥칠 우려가 상존하고 있는 만큼 세계 어느 나라보다 체계적이고 앞선 재난방지 체제를 갖추고 있다.
유아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각급 단계의 학교에서 지진과 화재, 태풍과 해일등의 천재지변이 닥쳤을 때를 대비한 훈련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재난시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행동,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사전예방책이다. 지역주민들 사이에는 재난시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비상연락망까지 설치돼 있다.
재난통제의 사령탑은 소방청이다. 화재는 물론 지진에 의한 매몰·가옥파괴·해일과 태풍에 의한 침수, 각종 폭발사고등 온갖 유형의 재난을 통제하고 처리한다. 아무리 작은 단위의 행정구역이라도 반드시 소방서가 자리잡고 있으며 이곳을 중심으로 재난통제가 이루어지도록 체계화돼 있는 것이 일본 재난방지시스템의 특징이다. 소방청에는 헬기를 비롯한 소방 및 긴급구조장비는 물론 무선컨트롤을 위한 각종 첨단통신기계와 정보장치가 구비돼 있어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돼 있다.【도쿄=이창민특파원】
○…프랑스의 재난관리시스템은 무엇보다도 인명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전통과 풍조에서 출발하고 있다. 대부분의 프랑스 어린이들은 커서 소방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재난을 예방·처리하고 인명을 구하는 직업을 존중하는 사회적 풍토가 다져져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 놀이터마다 경찰서 직통전화가 설치돼 있는 것만 봐도 생명과 안전문제에 대한 프랑스 사회의 깊은 배려를 알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다리가 무너지고 유람선에 화재가 나는 사고는 없다. 파리의 센강에는 20여개에 가까운 다리가 최고 2백년이 지난 것부터 있지만 위험하다는 얘기는 한번도 없다. 건축할 때부터 충분한 공사기간을 책정해 완벽 시공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완공된 샹젤리제 거리의 지하주차장및 도로시설 공사는 3년이 넘게 걸렸다. 부실예방을 위해 밤에는 일체 공사를 하지 않는다. 건축물의 미적감각을 중요시하면서도 결코 내구성과 안전도를 무시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는 92년 5월 코르시카섬의 한 축구경기장에서 임시 가설된 보조관중석이 무너져 14명이 압사한 사고가 있었다. 사고후 정부는 전국의 모든 경기장에 대한 안전점검에 착수했는데 이 점검이 2년여가 지난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같은 유형의 사고가 재발되는 것을 완벽히 막겠다는 정부의 실천의지가 얼마나 철두철미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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