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골재채취·수중보 설치 등/유속변화·토사유입 평가없이 시행/「자갈-모래-진흙」 자연적 강바닥구조 파괴/조경만 고려 교각침식등 후유증진단 전무 지난 82년부터 86년까지 4년동안 진행됐던 한강종합개발이 무분별한 골재채취, 수중보건설로 인한 토사유입 감소, 유속변화에 따른 한강교각의 침식등으로 한강에 설치된 다리의 부실을 재촉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졸속으로 추진된 한강종합개발계획을 시공상의 결함, 관리소홀등과 함께 또다른 한강다리 부실의 근본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토목학회와 한국잠수협회가 공동으로 지난해 7월까지 8개월동안 한강 수중교각의 안전도를 조사한 결과 한남대교는 교각표면이 철근을 드러낸채 심하게 침식돼 있었고 일부는 교각과 상판을 지탱하는 교각 끝부분이 땅속에 묻혀 있지 않고 60㎝가량 물위에 떠있는 교각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포대교는 교각 전구간에서 콘크리트와 철근의 분리현상이 나타났고 폭 4㎝안팎의 균열과 철근노출현상이 조사됐다. 이같은 현상은 여의도 방향에서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토목전문가들은 최소한 20∼30년의 수명을 지닌 콘크리트 교각이 이처럼 급속히 침식되고 있는 것은 단지 시공상의 부실만으로 설명하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한강다리들이 대부분 한강에 대대적인 변형을 가져온 한강종합개발이전에 세워진 것으로 한강종합개발로 인한 강물흐름등 환경변화가 한강다리 부실을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강종합개발(82년9월28일∼86년9월10일)은 연인원 4백20만명이 투입되고 사업비만도 1조7천억원이 들어간 대역사로 사업비 1천9백여억원은 한강에서 파낸 모래 자갈등 골재를 팔아 충당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전문가들이 적정량으로 평가한 것보다 무려 3배나 되는 5천4백만톤의 모래와 자갈을 파냈다. 게다가 서울시 상류인 암사동 팔당댐사이 14·3구간에서 시행된 경기도 한강종합개발사업(87∼94년)에서도 4천5백만톤의 골재를 무분별하게 채취하고 있다. 이같은 골재채취로 인해 결국 한강 교각이 하상으로 노출되고 유속이 빨라져 교각침식을 가속시켰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곳곳에 세운 댐과, 유람선 운항과 상수원 취수를 위해 막았던 수중보는 무분별한 골재채취로 부족해진 토사를 보충할 수 있는 길마저 막아버렸다. 잠실수중보는 높이가 무려 6·5에 달해 토사가 하류로 유입될 통로를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 또한 한강에서 골재를 채취한 뒤 한강바닥을 수심 2·5기준으로 정비해 물살의 교각 침식을 줄여주는 수초를 멸종시키기도 했다. 이같은 무분별한 한강종합개발이 자연스런 물의 흐름을 왜곡시켜 수중환경을 교량이 세워졌을 때와 전혀 다르게 변화시켰고 자갈―모래―진흙등의 순서로 바닥을 이루던 강바닥의 지층구조가 일시에 깨져 한강바닥은 황막한 사막이나 다름없이 변했다는 것이다.
한 토목전문가는 『물살이 센 곳의 경우 철강재도 물에 침식되는데 한강종합개발로 굽이쳐 흐르던 한강이 거의 직선으로 흐르는 바람에 유속이 높아져 교각침식이 가속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이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강이 「자연의 강」에서 「인공의 강」으로 변형된 한강종합개발후에 세워진 한강다리는 올림픽대교(89년12월 준공) 하나뿐이며 동호대교(84년12월 준공) 동작대교(84년11월 준공)등은 개발도중에 세워졌다.
한강다리 15개중 12개가 한강의 환경이 급변한 종합개발이전에 건축된 것이다. 다리만 빼고 한강의 모든 것이 변화했는데도 이같은 환경변화가 한강다리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치는지에 대해 한번도 체계적인 분석이 없었다. 한강다리는 종합개발의 후유증을 고스란히 겪어왔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던 한강종합개발은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조경과, 홍수를 막기 위한 수리공학적 의견만이 일방적으로 채택됐으며 이미 세워진 다리에 대한 영향은 물론 수질오염·생태계보존등 환경문제는 묵살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81년 당시 전두환대통령이 박영수당시서울시장을 제1한강교로 새벽같이 불러내 한강종합개발의 추진을 긴급 지시함으로써 이같은 대규모 토목공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종합개발이 한강다리에 대한 영향은 물론 한강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없이 얼마나 졸속으로 이뤄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서울시는 그러나 한강종합개발이후 한강다리에 대한 개발 후유증을 한차례도 진단한 바 없다고 털어놓았다.
백은기서울시립대교수(토목공학)는 『일본등에서는 수중교각의 구조변이를 수중촬영등을 통해 정기 진단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이같은 특수촬영을 통한 진단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수대교 붕괴참사는 관리감독 소홀이 무엇보다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으나 무분별한 한강종합개발이 한남대교 마포대교등 대부분의 한강다리에 이미 나타나고 있는 교각의 침식현상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부실을 가져온데 대해 정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유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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