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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강」 엉뚱한 통계/손태규 통일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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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강」 엉뚱한 통계/손태규 통일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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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은 23일 장교 무장탈영사건과 관련, 「군기강 쇄신 대책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군기강 실태진단 결과도 밝혔다. 사건 이후 육본의 5부 합동조사와 감찰을 통해 드러난 군기의 문제점을 공개한 것이다. 16절지 한장에 담긴 짧은 내용중 비교적 구체성을 띠는 부분은 『구타, 가혹행위에 대한 경험·목격·득문 실태:1백52명』이란 한 구절이었다. 92∼94년 3년사이에 임관한 소대장, 중대장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장교무장탈영의 직접원인이 사병 하극상이었던 만큼 육군이 조사한 그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지 대단한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육군의 진단결과는 통계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발표의도를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우선 「구타, 가혹행위」란 표현은 탈영사건의 본질로 지적되고 있는 사병의 하극상과는 거리가 멀다. 그것은 사병이 장교를 때리거나 결례를 하는 행위에는 쓰이지 않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결국 여러번의 확인을 통해 ▲사병사이의 구타, 기합 ▲장교의 사병 구타 ▲사병의 장교에 대한 불손한 행동등이 포함된 표현임이 밝혀졌다. 또 「경험·목격·득문」중 응답자의 직접 경험외에 목격, 득문(득문)은 같은 항목의 통계수치로 잡히기 어려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사실확인 없이 남의 이야기를 들은 것을 경험과 같은 비중으로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1백52명」이란 숫자도 매우 부정확하다. 「경험자」가 얼마이며 그중에서도 하극상을 겪은 장교는 얼마인지 육군은 밝히지 못하고 있다. 육군 주장대로 1만여명 상대의 설문조사라면 1백52명은 1% 안팎으로 통계 오차허용 범위에 지나지 않으며 실제 하극상 경험자를 추출하면 도무지 언급하기 어려운 숫자가 될 것이다.

 사회여론은 사병의 하극상을 질타하고 있다. 하지만 육군은 이런 분위기를 악용해서는 안된다. 군의 주인은 장교·하사관이다. 주인의 책임의식을 통감한다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통계를 발표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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