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비리·현재무능결합 소산”/“통합적 지도력의 불재” 직격탄 김영삼대통령이 24일 상오 이영덕총리의 사표를 반려하던 그 시각, 민주당은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내각총사퇴공세를 강화했다. 민주당은 내각총사퇴 주장과 함께 국정붕괴, 통치력 부재 등의 강한 표현을 동원해 김대통령에게 직격탄을 퍼부었다.
그동안 김대통령에 대해서만은 민주당이 상당한 자제를 해왔음을 감안하면, 이날의 강공에는 단순히 정치공세로 치부할 수 없는 뭔가가 깔려있는 셈이다. 적어도 민주당이 이전과는 달리 향후 정국에서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결의가 드러나고 있는것이다. 의원총회에서 『이번만큼은 「밀어붙이다 안되면 그만이다」는 야당의 행태를 국민들이 좌시하지않을 것』이라는 강경론이 대세를 이룰 정도로 심각한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민주당의 서슬이 예사롭지않은 것은 가파른 현실인식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정의 현주소를 성수대교의 붕괴, 그 자체로 규정하고있다. 국정전반이 마치 붕괴하기 직전의 위기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최근 잇달아 일어난 대형사건들을 보면, 현 정부의 국정운영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고 제2, 제3의 비극이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성수대교 붕괴외에도 북구청세금횡령, 지존파살인, 증언보복살인, 군기문란과 장교탈영, 대북·외교정책의 혼선등을 국정위기의 생생한 증거로 보고 있다. 『국정 곳곳이 무너지는 굉음이 들리는듯하다』는 박지원대변인의 촌평처럼, 민주당의 진단은 한마디로 총체적 위기로 압축되고있다.
이같은 민주당의 국정진단은 성수대교 붕괴참사가 있기전에 이기택대표의 국회연설에서도 이미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이대표는 『정부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부를 걱정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현 정부를 무능력하다고 비판했다. 이대표는 또 『이 나라가 과연 어디로 가고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심히 우려된다』며 현 정부의 미래상에 대해서도 불신했다.
민주당은 이런 국정위기라는 참담한 현실이 오게된 원인을 과거비리와 현재의 무능으로 보고있다. 성수대교의 붕괴만을 놓고보더라도, 과거 정권하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부실공사가 현 정권의 관리소홀과 맞물려 발생했다는 것이다. 부실공사의 이면에는 거대하고 고질적인 부정부패구조가 도사리고 있고, 이 부패는 현 정권에서도 온존하고 있다고 보고있다.
이는 달리 말해 현 정부의 개혁이 과거의 부정비리를 결코 극복하지못했다는 것이다. 개혁이 성공했다면, 성수대교 참사는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내면적으로는 김대통령의 통합적 지도력부족을 지적하는 시각도 적지않다. 집권 초반기의 정치쇄신과 사정이 표적사정시비로 평가절하되면서, 공직사회의 복지부동과 여권내부의 분란을 야기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민주계로 통칭되는 집권엘리트의 소수주의는 참여의 폭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있다. 개혁은 소수가 이끌어간다해도 기본적으로 광범위한 국민의 지지와 동조가 전제돼야하는데, 현 정부는 이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예사롭지않은 위기수준을 극복하고 뿌리깊은 병인을 도려내기 위해서는 처방 역시 근본적이어야한다는 입장이다. 의원총회에서 「일대개혁」 「제2의 개혁」이라는 촉구가 터져나오고, 심지어 『야당도 머리를 맞대야한다』는 자성까지 나올 정도로 대대적이고 심도있는 국정쇄신을 요구하고있는 것이다.
내각총사퇴(국무위원 전원해임건의안)요구도 이런 맥락에서 제기되고있다. 민주당은 내각총사퇴를 국정개혁의 「첫 단추」로 당연시하고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내각총사퇴는 참사로 망연자실해있는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이자, 국정개혁의 의지를 보여주는 기본적인 자세』라고 말하고있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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