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억공사 실제들인돈 50억뿐/덤핑입찰·하도급 이익남기려 대충대충/공기맞추기 급급… 무리한 신공법 적용/뇌물 정기상납… 감리제도 있으나마나 우리 사회가 「모래탑 구조」라는 사실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 대형사고들의 원인은 무엇인가. 세계 10위권 국가로 선진국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우리나라를 「부실국가」로 완전히 전락시켜버린 대형건설사고들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건설사고의 원인은 한마디로 단정되지 않는다. 난마처럼 얽힌 총체적인 부실이 그 원인이기 때문이다. 돈만 벌면 된다는 업자와 뇌물에 눈을 감는 당국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5불실」「3비리」의 총체적 결과가 다리붕괴 지하철붕괴 아파트붕괴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건설현장에는 졸속계획과 부실설계 부실시공 부실감리 부실관리등 시공과 직접 연관된 5가지 부실이 일반화돼 있다. 여기에다 입찰비리 하도급비리 금전비리등 각종 비리가 각 부실단계에 종횡으로 얽혀 있다.
최근 분당 신도시를 다녀온 일본 건설업자는 두번 놀랐다고 한다. 이 거대한 콘크리트숲이 불과 몇년만에 형성됐다는데 놀랐는데 정부관계자들이 이를 자랑처럼 말할 때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내 건설공사의 부실은 우선 계획단계에서부터 발생한다. 국내 대형 공공공사는 대부분 국가 전체적인 경제상황과 기술을 고려하지 않고 정치적 인기를 목적으로 결정돼 왔다. 공사기간은 시행절차나 공사방법등이 무시된채 결정된다. 부족한 자재와 인력으로 공기까지 맞추자니 견실한 공사는 기대할 수 없다. 공공공사를 시공하는 업체가 공기를 맞추지 못하면 도급금액의 1천분의3에 해당하는 연체료를 매일같이 물어야 한다. 공사중 자재가 떨어지거나 암반이라도 만나면 그 이후부터는 속성공사를 할 수밖에 없다.
설계도 부실이다. 설계비나 설계기간이 부족해 사전조사나 적정한 공법을 적용할 수 없다. 발주기관이 새롭고 큰 것만 좋아하다 보니 기술도 없으면서 무리하게 새로운 공법을 도입하게 된다. 부실설계의 결과는 성수대교 참사로도 부분적으로 확인됐다. 성수대교가 교통량예측등을 고려하지 않은채 트러스식 게르버공법이라는 새 공법을 도입한 최초의 한강다리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입찰과정에 있다. 덤핑입찰로 공사권을 따낸 업체가 이익을 남기려면 자재를 덜 쓰든지 공기를 단축하는 수밖에 없다. 불행히도 하도급제도가 공사를 딴 업체를 보호한다. 하도급받은 업체는 또 적당한 가격에 재하도급한다. 이렇게 되다보면 1백억원을 투입해 지어야 튼튼해질 공사는 80억원에 낙찰되고 하도급 재하도급을 거치면서 실제 건설현장에 투입되는 공사비는 50억원에도 못미친다. 무려 50억원의 공사비가 건설현장에서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당연히 시공현장에서는 날림공사 부실공사일 수밖에 없다. 이익을 남기며 공사를 하자니 자재를 제대로 쓸 수 없다. 시공현장에는 이를 감시할 감리나 감독도 없다. 시공과정 하나하나를 점검하는 감리자와 정부의 감독체계만 제대로 있으면 대형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 감리제도가 도입된 것은 86년 독립기념관 화재이후다. 그 이전에는 감리라는 말조차 없었다. 감독자에게 정기적으로 뇌물을 주고 감독자는 부실을 보고서도 이를 눈감고 있다는 사실은 잇달아 적발되고 있는 건설비리에서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70년대 한강교량 공사판에서 일하다 지금은 개인사업을 하고있는 정모씨(55)는 자신이 공사했던 다리를 건너면서 최근들어 『더욱더 조마조마 하다』고 했다. 성수대교 붕괴를 보고 자재를 제대로 쓰지 않고 대충대충 마무리했던 당시의 기억이 생생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국가의 체면이 망가지고 국민들이 불안하게 하루하루를 지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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