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성수대교 붕괴로 숨진 한 여학생의 어머니가 딸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 영안실에서 통곡하고 있었다. 그는 몸부림치면서 참혹하게 죽은 「아기」를 불렀다. 『아가야, 아가야, 아가야, 아가야…』라고 그는 계속 부르고 있었다. 그는 그말 이외의 말들을 다 잊어버린 것같았다. 생이 다하도록 『아가야』를 불러도 가슴에 묻힌 딸을 지울 수 없을 것같은 그 통곡이 새삼 우리를 분노하게 했다. 아침 일찍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가던 그 「아기」를 누가 죽게 했는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한강 다리가 무너져 내리고, 버스와 승용차들이 강으로 떨어져 32명이 목숨을 잃은 그 어이없는 사고는 왜 일어 났는가. 한가정의 기둥이고 꽃이고 기쁨이었던 그들의 생명을 죽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그 책임은 전적으로 국가에 있다. 국민이 세금을 내어 월급을 주면서 나라살림을 위임한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존재 이유인 직무를 유기하여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면, 그것은 중벌로 다스려야할 범죄다.
성수대교의 붕괴는 우리사회의 총체적 붕괴우려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지난 30여년 동안 경제기적을 자랑하며 확대일로를 달려온 나라의 골격이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를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개탄하고 있다. 사람들은 또 외국인들의 눈에 한국이란 나라가 얼마나 이상한 나라로 비칠 것인지를 부끄러워하면서 자기자신 역시 이상한 사회의 한 구성원이었음을 아프게 인정하고 있다.
온 세계를 눈 아래로 보는 근거없는 자만심, 벌써 선진국이 된듯한 착각, 후진국 수준의 의식과 행동양식, 무작정 하면 된다는 무지막지한 자신, 탈법의 일상화가 뒤얽혀 돌아가는 가운데 그동안 누적된 무리로 사회 골조가 흔들거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고 있다. 그러한 위기의식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는 것은 공무원들의 위기 불감증이다.
79년 성수대교를 건립한 동아건설의 설계와 시공에 하자가 있었느냐는 의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너무도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다리의 관리책임이 있는 서울시의 직무유기다. 서울시는 시공당시 예상했던 하중을 초과하는 교통량이 성수대교로 폭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감각했고, 붕괴우려가 있다는 수차례의 지적을 무시했다. 불과 사흘전에도 『다리가 위험하게 흔들린다』는 시민들의 신고가 있었다.
국민은 김영삼대통령이 직무유기로 국민을 죽인 공직자들의 책임을 어떻게 묻고, 흔들리는 민심을 수습할 것인지 주시하고 있다. 『아가야, 아가야』라는 통곡, 사회가 다리처럼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 끓어오르는 국민의 분노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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