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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약방문」 되풀이 언제까지…/줄잇는 대형참사 「앵무새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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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약방문」 되풀이 언제까지…/줄잇는 대형참사 「앵무새 대책」

입력
1994.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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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없을것” 단언불구 잊을만하면 재발/이번 요란한 처방도 「신행주」때와 거의 같아/공허한 구호뿐… 국민들 “믿을수 있나” 냉소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나타나는 정부의 뒤처리는 항상 비슷하다. 직접적인 책임자를 문책하고 심할 경우 관계장관을 경질한다. 그후 이어지는 과정은 『결코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는 공언이다. 사후약방문이지만 국민은 정부의 재발방지 약속에 막연하게나마 기대를 건다. 그러나 잊을만 하면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대형사고는 이같은 소박한 믿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무참히 짓밟고 만다.

 이번 성수대교 붕괴는 건설중이던 신행주대교가 무너진 뒤 2년여만에 재발한  사고이다. 지난 92년7월31일 신행주대교가 무너졌을 때도 정부는 『결코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각종 대책을 제시했었다. 당시 서영택건설부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사고 원인이 잘못된 공사입찰및 감리제도에 있는 만큼 범정부차원의 제도개선이 절실하다』면서『장기적으로 각종 정부공사를 전담할 기구신설등 정부조직도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행주대교가 무너지기 하루전에는 경남 남해군의 창선대교가 완공된지 12년만에 붕괴됐다.

 신행주대교 붕괴사고후의 정부대책은 이번 성수대교 붕괴에 따라 지적되고 있는 근원적 사고방지책과 거의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신행주대교는 완공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관리대책은 없었다는 점이다.

 이에 앞서 91년3월에는 건설중이던 팔당대교가, 89년4월에는 역시 완공을 앞두고 있던 올림픽대교 접속교량이 무너졌다. 붕괴요인을 안고 그대로 완공됐더라면 엄청난 재앙을 초래했을 교량들이다.

 비단 교량붕괴뿐만이 아니다. 철도 선박 비행기등 대형사고는 줄을 이어 발생하지만 정부의 목소리는 언제나 비슷하다. 철저한 점검으로 사고재발을 막겠다는 공허한 구호이다.

 지난해 10월10일에는 2백92명이 사망한 서해훼리호 침몰사건이 있었다. 사건직후 교통부장관과 해운항만청장이 경질됐다. 당시 정재석신임교통장관은 취임일성으로 교통안전태세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당시장관은 또 『이번 사고는 수송분야에 투자가 부족한데서 오는 구조적 수급불균형에 원인이 있다』면서 『앞으로 이를 타개하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침몰사고가 나기 2달여전에는 전남 해남에서 66명의 사망자를 낸 아시아나 여객기 추락사고가 일어났다. 지난해 7월26일 발생한 이 사고직후 정부는 당시 황인성총리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고 전국공항시설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서는등 뒤늦게 부산을 떨었다. 정부는 당시 항공사고의 근본적 재발방지를 위해 항공사 안전운행및 공항시설 종합점검과 중장기적인 공항현대화계획등을 수립키로 결정했다.

 같은 해 3월28일에는 부산구포역에서 78명이 숨지는 열차전복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황인성총리는 담화문을 내고 『정부는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한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단언했다.

 정부가 당시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한 것은 「빈틈없는 예방행정」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단호한 입장표명에도 불구하고 대형사고는 민망할 정도로 잇달아 터지고 말았다.

 철도만 해도 크고 작은 사고가 줄을 이었다. 지난해 8월21일에는 경남 삼랑진에서 승객 6백여명을 태운 새마을호 열차가 지반이 가라앉은 철로를 통과하기 직전 기관사의 기지로 가까스로 멈춰 참사를 모면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1년후인 지난 8월11일에는 역시 삼랑진 인근지점에서 무궁화호 열차 2대가 정면충돌하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4명이었지만 2백14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사고였다.

 정부는 22일 성수대교참사를 계기로 전국 교량에 대한 일제점검계획과 중장기적인 안전대책등을 발표했다. 많은 국민들은 정부의 약속에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사후약방문이라도 제대로 지켜지기만 하면 좋겠다는게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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