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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량10%“언제 무너질지…”/다리만 문제인가:2(교량실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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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량10%“언제 무너질지…”/다리만 문제인가:2(교량실태:하)

입력
1994.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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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파손·빔균열 등 참사위험 방치/총체적 불실… 전체⅔가 구조결함 믿고 건널만한 다리가 없다. 한강다리 15개중 마음놓고 건너다닐 수 있는 다리는 3개뿐이며 전국의 교량 10개중 하나는 언제라도 성수대교의 참사같은 사고가 날 가능성을 안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일순간에 한강의 치욕으로 바꾼 성수대교 참사가 전국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한양대 조효남교수는 『우리나라 전체 교량의 3분의2가 구조적 결함을 안고 있다. 전체의 10%가량은 아주 위험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전국의 교량 곳곳에 대한 안전진단 경험을 갖고있는 조교수의 이같은 진단은 건설부의 자체조사에서도 극명하게 입증됐다.

 건설부가 지난해 4·4분기중 대한토목학회등의 협조로 고속도로나 일반국도 지방도등에 있는 전국 1만1천6백60개 교량의 안전도를 진단한 결과 1천1백62개가 붕괴위험을 안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히 10개중 하나의 다리가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이중 절반이상인 5백88개의 다리는 더 이상 사용하지 말고 아예 다리를 뜯어낸뒤 새로 건설해야 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1백8개의 다리는 당장이라도 통행을 제한해야 하며 이미 제한조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교량의 부실상태는 다리난간의 칠이 벗겨졌다든가 다리위의 노면이 울퉁불퉁한 정도의 간단한 부실도 있으나 이는 극히 일부분이다. 현재 부실로 판정된 전국의 다리중에는 성수대교 붕괴원인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다리 이음부분의 이음장치가 파손됐거나 교각의 침하나 균열, 교각과 노면을 떠받치는 빔의 균열등 대형 붕괴사고로 바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다리가 대부분이다.

 의정부에 있는 양주교가 이음부분 파손으로 긴급 수리됐으나 여전히 위험을 안고 있고 강원 고성군 간성에 있는 복천교는 각 이음부분의 파손으로 전체적으로 13m가량이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교각 5개에는 금이 가 있는 상태다. 강원 횡성의 한산전교에는 3.6㎡가량의 석축이 붕괴됐고 경남 고성의 남진교도 이음부분이 파손됐다.

 충남 예산의 무한교는 다리 이음쇠 끝부분 3가 파손돼 수리했으나 콘크리트 부분에 금이 생기고 떨어져 나가 정밀진단작업을 벌이고 있고 천안 성환에 있는 홍경교에도 이음부분이 파손되고 상판부분의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간 상태다. 전북 이리 목천과 김제 유강을 잇는 만경교와 전남 담양의 양각교등 전남북지역의 18개 다리는 다리 상판에 금이 가고 교각 하단부 모서리의 콘크리트 가 떨어져 나가는등의 교량붕괴 위험으로 긴급 보수하고 있거나 정밀진단작업을 실시중이다.

 전국의 국도에 있는 다리중 21개에 대해 통행제한이 실시되고 있으나 규정이상의 차량이 다니기는 제한조치 이전이나 이후 모두 마찬가지다. 통행제한되고 있는 다리는 39번 국도상의 행주대교와 37번 국도의 공도교를 비롯해 강화대교 여주대교 학포교 홍천교 금남교 상조천교 유정교 백제교 양강교 웅천교 동대교 괴산교 온해교 봉동교 함평교 거제대교 수산교 창선교 풍각교등이다.

 교량진단을 맡고있는 천일기술단의 신경범이사는 『전국적으로 성한 다리를 발견하기 어렵다. 당장 통행을 제한하고 개보수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려도 관련기관은 무너지기야 하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진단 자체도 제대로 실시되지 않고 있다. 다리를 세워놓기만 했지 관리를 전혀 안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현재 다리 붕괴의 위험성이 전국적일 수밖에 없는 원인을 지적하고 있다.

 남해 창선대교가 무너지고 경기 성남의 여수교와 서울 개포동의 영동5교가 붕괴되는등 멀쩡하던 다리가 갑자기 무너져 내리면서 사람이 죽어나는 사고가 잇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성수대교 참사가 발생하고 전국적으로 교량붕괴의 위험성에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전국의 다리는 부실설계와 부실시공 부실진단 부실관리등「4부실」에 따른 총체적 위기상태에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다리는 태어날 때부터 병을 안은 선천성 중환자와 같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양대 조교수는『시공중에 자재를 제대로 쓰지 않고 적당한 뇌물로 부실시공이 어물쩍 넘어가는 것도 문제이지만 5∼6년에 걸쳐 건설돼야 할 다리가 2∼3년만에 건설하는 실정이니 다리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특히 70년대의 고속성장기에 지어진 우리나라의 절반이상의 다리는 자재도 부족하고 인력도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건설돼 구조적으로 불안하다』고 말했다. 교량의 부실은 압축성장이 낳은 한국적 부실이라는 지적이다.

 다리의 볼트 너트를 조여보고 용접부분의 파손은 없는지등을 점검하는 진단이 없고 유지 보수하는 관리도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부관계자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 건설관계자는『국내 건설업체의 시공능력이 대학생수준이라면 유지관리는 중학교 1학년수준』이라고 실토했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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