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량·댐·아파트·빌딩·도로·항만·공업단지·철도·지하철 등 온갖 토목 건축공사는 비리와 부실의 온상처럼 인식돼있다. 해를 거듭해도 줄어들줄 모르는 사고와 당사자간의 분쟁은 이 인식이 사실에 근거하고 있음을 반증해준다. 통탄스러운것은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의 두개의 얼굴이다. 중동·동남아등 해외건설에서는 공기단축과 건실한 시공으로 명성을 얻으면서도 국내건설에서는 어찌하여 부실의 대명사가 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국내의 제도·체제·관행에 뭣인가 크게 잘못된게 있음에 틀림이 없는것이다.
국내건설업체들을 두개 얼굴의 야누스로 만드는것은 감리·감독에서 국내외의 차이다. 감리·감독을 해외에서 처럼 엄격히 집행하고 부실공사에 대해서는 재시공이나 값비싼 배상등 무거운 대가를 지불토록 하면 자연 지축을 흔드는 대형사고는 설 땅을 잃게 될것이다.
국내외의 건설공사에서 국내건설업체들이 2중성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흔히들 국내공사는 건설단가가 낮고 해외공사는 그렇지 않은데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덤핑입찰을 자행하는것은 건설업체들 자신이다. 이들은 수주한 공사를 하청주거나 아니면 설계변경하여 비용을 낮추고 그것도 모자라서 감리·감독자를 매수하여 부실공사로 채산을 맞추어 온 것이다. 시공업자와 감리·감독자는 전통적으로 악어와 악어새처럼 먹이사슬의 관계를 맺어 온 것이다.
문민정부에 들어와서 건설부는 공사부실화의 원천인 시공자와 감리·감독자의 먹이사슬관계를 차단하기 위해 감리제도의 강화를 서둘러 왔다.
건설부는 공사에 대한 통상적 감리권은 물론 공사중지와 재시공명령권까지 줘 감독권한을 대폭 강화해주는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준공검사권까지 이양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에 50억원 이상의 건축·토목공사에는 공사중지및 재시공명령권까지 갖는 책임감리제를 도입했다. 또한 3백가구이상의 아파트경우에는 감리와 설계업무를 분리, 감리는 전문회사에 넘길 계획이다.
감리제도와 체제가 아직 유치단계인 것이 문제다. 감리전문회사들이 영세할 뿐아니라 회사의 기업방식과 능력도 체계가 잡혀 있지 않다. 건설부가 잘못하면 책임모면을 위해 고의적으로 권한이양을 서두르고 있다는 비판도 들을 수 있다. 건설부는 과도기적인 감리부실이 클 수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민간감리체제의 정착이 시급하다. 그러나 건실하게 정착할 때까지 정부는 강력한 감독자로 남아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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