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등 잇단 회의·지시불구/“이상무” 시보고 믿고 확인안해 성수대교 붕괴참사를 놓고 무사안일과 적당주의에서 비롯된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같은 비판은 정부가 올들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소집한 각종 회의가 수십 차례인 데다 내놓은 대책도 가지각색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누구나 수긍하게 된다.
총리실에서 주관한 회의만도 한 달에 한번 꼴이다. 그중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실천했다면 이번 참사는 일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총리실은 회의 때마다 서울시에서 「전혀 문제가 없음」 「부분적인 문제점이 발견됐으나 현재 사후조치가 끝남」 「조치강구중」등 만사 OK식의 보고를 해 실태를 알 수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성수대교를 한강다리중 가장 안전하다고 말할 만큼 형식적인 보고로 일관해온 서울시의 적당주의가 정부차원의 대책회의에서도 그대로 재연된 것이다.
총리실관계자는 총리주재로 열린 회의 때마다 이원종 전서울시장등 서울시측은 늘 『전혀 문제가 없으니 서울시에 대해서는 아무 걱정도 말라』고 보고해왔다고 밝혔다.한술더떠 『서울시에서 완벽한 안전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매번 걱정말라고 해 성수대교 붕괴참사와 같은 사건은 예상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언론등에서 한강다리가 위험하다는 지적을 해도 총리실에 보낸 서울시의 자료는 『언론의 과장보도에 기인한 것』이었다고 한다. 상급기관의 지시가 매번 형식적인 구호에 그치고만 것이다.
정부는 구포열차사고 서해훼리호침몰사건 아시아나여객기추락사고등 지난 해 발생했던 각종 대형사고를 부주의에서 비롯된 인재라고 규정하며 올들어 이를 근절하겠다고 장담해왔다. 특히 적당주의등에서 대형사고가 일어났다며 철저한 확인행정을 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런 점에서 『사고위험이 없다』는 서울시의 허위보고에 못지않게 확인행정을 실천하지 못한 총리실등 상급기관의 책임도 크다.
「후진국형 인재의 추방」은 올들어 정부가 국정의 주요 목표로 삼은 생활개혁실천의 제1과제다. 정부는 지난 1월초 「국민이 과거보다 훨씬 더 안정되고 편리한 가운데 생활에 만족을 느끼게 한다」는 목표를 정하며 이를 발표했다. 추진기구만도 총리주재의 월례장관회의개최, 관계부처차관으로 구성된 추진협의회, 총리실산하의 추진상황실, 서울시등 일선기관의 추진본부등 기관별로 만들었다.
생활개혁추진과 별도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회의등도 숱하게 열렸다. 총리가 직접 서울시등에 공문을 통해 보낸 지시만도 ▲해빙기안전점검지시―교량 고가도로등의 안전점검철저(2월28일) ▲하절기에 대비한 교량 도로등의 안전점검(5월1일) ▲태풍등 재해에 대비한 시설물점검(8월8일)등 5번이 넘었다. 서울시는 길게는 한달 이상의 현장조사를 통해 사고예방조치를 끝냈다고 총리실에 보고했다.
총리주재로 열린 사고예방과 관련한 회의는 3월의 국가기간시설 및 공공시설위해방지대책회의, 대형사고 예방회의등 올들어 5번 이상이다. 총리행조실장등이 주재한 실무자급 공식회의도 1월31일, 3월18일, 3월25일, 4월1일, 4월22일, 7월20일등에 열렸다.
회의마다 서울시등에 일제진단을 통해 제도적 문제점을 찾아내고 예산조치등이 필요하면 즉각조치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현장점검책임제를 실시하고 사고발생시 신상필벌하겠다는 경고도 있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회의와 지시는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총리실에 의하면 서울시는 15개의 한강다리중 붕괴위험이 있거나 안전상의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고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지난 해 무수한 대형사고에서 사후대책의 단골메뉴로 나온 것은 「적당주의적 행태에 근거한 사고발생」이란 진단과 「철저한 현장확인과 완벽한 사후조치」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 드러났듯 이는 거의 실천되지 않고 있다.
사고가 나면 상급기관은 그저 지시만 내리고 하급기관은 「문제없음·사후조치 강구중」이란 형식적인 보고만 하는 탁상행정이 또다시 참사를 자초한 것이다.【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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