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격정 몸짓 “천부의 연기” 할리우드의 단골 마피아대부인 알 파치노가 형사로 등장하는 영화가 몇편 있다. 「사랑의 파도」도 그중 하나다. 「대부」 시리즈에서 「칼리토」에 이르기까지 마피아로서 알 파치노가 냉혹하고 비정함을 보였다면 형사 알 파치노는 진저리칠 만큼 야성적이고 끈적끈적하다. 이처럼 알 파치노는 「고독」이란 공통의 정서를 역에 따라 다른 분위기로 이끈다.
그가 출연한 갱영화들이 약속의 땅인 미국사회의 범죄집단의 좌절과 인간성 상실을 내세웠다면 「사랑의 파도」는 황폐한 도시 속의 인간소외를 기묘한 연쇄살인사건과 결부시킨 91년 해롤드 베커 감독 작품(CIC출시)이다.
이 사건을 맡은 형사 프랭키는 아내를 동료에게 빼앗기고 술로 세월을 보낸다. 사건현장에 늘 흘러나오는 50년대 인기가수 필 필립스의 「SEA OF LOVE」, 피살자들이 모두 잡지에 광고를 내 찾아오는 여자와 데이트를 즐겼다는 내용, 살인용의자인 미모의 여인과 걷잡을 수 없는 기묘하고 후텁지근한 사랑에 빠져드는 주인공의 심리등이 주제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알 파치노의 격정은 때론 지극히 정적이다. 그러면서도 전체를 뜨겁게 달구며 긴장 속으로 몰아가기도 하는 것은 그만이 가진 재능이다. 일상의 삶에 실패한 형사로 나와 동성연애자살인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자신도 동성연애자가 돼버린다는 충격적인 영화 「광란자」를 보면 이를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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