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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안무너지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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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안무너지랴(사설)

입력
1994.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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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교량이 무너져 내렸다. 수도 서울의 한강에 있는 큰 다리가 삽시간에 붕괴했다. 아침 출근 러시아워에 성수대교의 상판이 한강물 위로 내려앉아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어찌 이렇게도 어이없는 참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인가.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통탄을 하다 못해 말문이 막힌다. 상상하기도 어려운 대참사가 출근길 시민들의 눈 앞에서 현실로 나타나다니 말이나 되는가. 붕괴하는 다리와 함께 순식간에 참변을 당한 어이없는 희생자들의 영령을 애도할 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무너져 내린 상판의 한치 앞에서 생명을 부지한 이들의 끔찍하고 아찔했을 찰나는 또 어떠했겠는가.

 천재지변으로 사용중인 교량이 파괴되는 사고는 선진국에서도 없지 않다. 그러나 몇년 전의 남해 창선대교 붕괴사고에 이어 이번 성수대교 붕괴사고처럼 준공 개통된지 15년밖에 안되는 멀쩡한 대교가 무너져 내리는 원시적인 사고가 후진국말고 또 어디에서 있었던가.

 그러면서도 1인당 GNP가 9천달러를 넘어섰다 해서 우리가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섰다고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이 정말 말이 안된다. 나라망신의 치욕감에 모두가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우리는 지금 사후의 약방문과 같은 소리밖에 할 것이 없다. 성수대교 붕괴참변의 직·간접 원인과 사고발생의 개연성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77년 다리를 착공할 때 순간최대하중은 18톤으로 설계됐다. 공사 2년 후 완공했을 때는 순간최대하중을 24톤으로 설계변경해서 완공 개통했지만 15년 동안 급변한 과다하고 과중한 교통량은 이 다리가 감당하고 지탱하기에는 너무나 턱없이 과소했음이 틀림없다.

 개통당시 서울의 보유차량은 20만6천대에 불과했다. 15년의 세월 속에서 서울의 차량은 1백90만대로 9배 이상 늘어났고 이 다리는 서울교통의 요충이어서 통행차량이 가장 많았다. 화물차량의 대형화로 교량의 순간최대하중의 2배 이상 넘는 50∼60톤급 대형차량마저 마구 다니다 보니 다리가 그 무게를 견뎌내기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15년 전만 해도 대교와 같은 대형구조물 건설기술수준과 기자재의 질수준도 오늘의 그것에 훨씬 못미쳤다. 게다가 성수대교 뿐 아니라 한강의 17개 교량중 11개 교량의 교각이 심하게 부식되고 상판이 파이는등 안전상 부실해진 곳이 1백18개소나 되는 데도 유지관리와 보수책임을 맡고 있는 서울시와 건설부가 방심해 근본적인 보수를 기피해 왔으니 사고는 예고됐던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건설중인 팔당대교와 신행주대교가 무너지고 11개의 한강다리가 안전위협을 받을 정도며 성수대교도 참변 하루 전에 이상을 발견하고서도 겉핥기식 보수공사나 하면서 『설마 다리가 무너지기야 하겠느냐』며 요행을 바라는 행정을 되풀이 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한강의 많은 다리가 「위험하다」는 경고가 숱하게 제기됐는데 「설마 행정」만 되풀이 하다가는 또다른 교량붕괴의 대참변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더 늦기 전에 한강의 17개 교량과 전국의 다리에 대한 안전진단과 근본적인 보수공사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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