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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무국제예술제/문애령 무용평론가(무용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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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무국제예술제/문애령 무용평론가(무용평)

입력
1994.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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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연출법 흥미유발/예리한 심리분석 돋보여/불카마르고 무용단 「부자와 가난뱅이」/유니스 모리스 퍼포먼스「비를 기다리며」 창무예술원에서 주관하는 94창무국제예술제(10.14∼11.5 포스트극장. 토월극장)의 막이 올랐다. 개막작품으로 올려진 프랑스 카마르고 무용단과 네덜란드 국적 한국인 유니스 모리스의 퍼포먼스는 이 행사가 추구하는 의도를 보여주는 동시에 성공적인 마무리를 예측하게 하는 무대였다.

 포스트극장과 같은 소극장 공연의 특징은 무엇을 과시하거나 보여준다는 개념보다는 관객과의 교감을 우선으로 하는 진지한 작업 정신을 추구한다는데 있다. 이러한 작업은 대부분 새로운 방법론을 찾고있는 젊은 예술가들의 몫이었기에 「실험무대」라는 별명이 따르지만 예술적 가치에서는 탁월한 작품들이 속출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카마르고 무용단의 「부자와 가난뱅이」는 춤이라기 보다는 구현동화에 가까웠다. 남녀, 두명의 연기자는 계속 대사를 외우며 그에 합당한 동작과 연기를 보인다. 대사는 동화의 교훈을 단축, 각색한 것으로 삭막하고 인정없는 현실을 묘사한다.

 가난뱅이는 필요한것을 구걸하러 구두수선공 암소 풀밭 독수리… 부자를 찾아가지만 모두 대가를 요구하거나 거절함으로써 결국 지쳐쓰러진다. 이 과정에서 스카프 같은 소품이 냇물이나 출입문이 되기도 하고 쓰레기더미 위에서 가냘픈 목소리로 외치는 가난뱅이의 모습이 동정심을 유발하는등 생동감있는 상황이 연출된다.

 이 공연이 춤인가 아닌가를 따지기 이전에 관객이 흥미있게 지켜볼 수 있는 새로운 연출 방법을 찾아냈다는 면에서 춤계의 아방가르드임에 확실했고 절제된 세련미가 풍겼다.

 유니스 모리스의 무대는 퍼포먼스로 불리는 행위예술로 구분되지만 「비를 기다리며」 는 신표현주의 계열의 춤무대와 매우 닮아있다. 예리한 심리분석, 극적 긴장감, 연계된 정서는 움직임의 연출까지도 흡사하게 이끌어 갔다.

 다른점이 있다면 한개인의 경험에 집착한다는 점이다. 이번 무대는 유년기의 어두운 기억을 안고 모국을 찾은 유니스의 눈물어린 고백과 투정으로 보였다. 밧줄과 낙엽, 동요와 낄낄대는 소리, 『인간이 위대한 이유는 동물을 사육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대사를 통해 나타나는 그녀의 외침이 안쓰럽다.

 「비를 기다리며」는 퍼포먼스라는 장르의 공연예술 역시 작가의 살아있는 정신이 보일때 감동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했다. 동시에 소극장 공연의 묘미나 의의를 한마디 설명없이 깨우쳐준 공로도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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