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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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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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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에서 채택된 사형폐지조약이 발효된지도 올해로 3년이 된다. 현재 별다른 구속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이 조약은 89년 이미 사형을 폐지하고 있던 남미와 유럽국가들이 앞장서 채택했다. 59개 국가가 찬성표를 던졌고 미국 일본 중국 회교국가등 26개국이 반대, 48개국이 기권했다.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같은 나라에선 거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이 조약은 전문에 「사형제도의 폐지는 인간의 존엄성 고양 및 점진적인 인권신장에 공헌을 한다」고 그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조약 채택과 때를 거의 같이해 법조계 종교계 인사들이 중심이 되어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를 설립하고 헌법재판소에 소원을 내기도 했었다. ◆요즘 우리사회는 이같은 운동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람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흉악한 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따라 신문지면에는 범죄자에 대한 사형구형 및 선고기사가 어느때 보다 많이 눈에 띈다. 18일에는 지존파일당 6명에게 사형이 구형됐다. 지난 6일에는 사형수 15명을 무더기로 사형 집행하기도 했다. 우리는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법의 엄정함을 보여주고 경각심을 높인다는 정부의 설명에 이를 별 이의없이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흉악범죄로 인해 그만큼 감정이 메말라가고 있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죄를 미워하다가 혹시라도 인명에 감각이 무디어져 범죄자들과는 다른 「또 하나」의 인명경시 풍조가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아 가고 있지나 않은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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