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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국 소프트」/김영환(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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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국 소프트」/김영환(메아리)

입력
1994.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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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시정은 2등으로 끝난 아시안경기의 한일간 금메달 경쟁에 열중해 이런저런 일을 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도 국내와 해외에서의 독자투고는 끊임없이 인천북구청의 세금도둑질을 언급하고 있다. 거대한 사건에 접해 분출하는 독자들의 백가쟁명을 보면서 기자는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독자들 가운데는 우리사회가 2개의 다른 무게를, 두개의 다른 저울로 재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불신은 지난일을 보면서 생겨났을 터이다.

 74년 일본의 다나카 가쿠에이(전중각영)총리는 정치자금사건으로 사임했고 76년엔 외국기업의 뇌물을 받은게 드러나 구속됐다. 「깨끗한 손」(마니 폴리테)운동을 펼쳐온 이탈리아의 검찰은 며칠전 베를루스코니총리가 소유한 기업을 가차없이 조사했다. 프랑스의 한 판사는 집권 사회당사를 수색한 일이 있다. 모두 서방 7대 선진공업국가인 G7그룹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일본언론인은 오래전 한국공직자의 부정축재환수와 다나카의 뇌물 5억엔을 한일간 GNP와 비교하면서 「쌀을 만지면 손에 겨가 묻는다」고 한국적 부정축재의 정치학을 꼬집었다.

 물론 우리가 이만큼 발전한 데는 묵묵히 일하는 절대다수 공무원의 노력이 컸다. 그러나 싱가포르, 대만만큼이라도 도약하려면 좀더 분발이 필요할 것이다.

 요즘 기자는 한국의 문화를 「문풍지문화」라고 표현한 어느 교수의 글을 떠올린다. 자신이 유학했던 일본 교토에서 빈틈없는 여관의 장지문이나 가랑잎하나 없는 정원을 본 소회를 그는 그렇게 적었다.

 문풍지는 운치가 있지만 엉성하다. 일본이 첨단을 달리는 전자제품제조나 공직자의 부정을 철저검색하는 사회의 소프트웨어는 모두 「문풍지」가 없다는 점에서 동질이라고 느껴진다. 소니의 품질관리, 철저한 일본인들 모임의 시간계획,부정사건을 수사하는 동경지검특수부의 자세를 인수분해한다면 방수 방음 방풍의 「완벽성」이라는 키워드에 도달할 것이라고 기자는 생각하는 것이다. 1등국가는 거저 오지 않는다. 원칙에 철저한 하나의 회로가 사회의 모든 부분을 꿰뚫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산업역시 10의 4승대 부품 자동차에서, 10의 5승대 부품의 항공기로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여론독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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