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이 타결되자 남북대화재개에 대한 갖가지 구상들이 제기되고 있다. 각분야별 대화는 물론 회담이 진전되면 현재의 정전협정체제를 평화협정체제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들이 정부 관계부처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측들은 국민들에게 머지않아 남북간의 화해무드속에 대화가 만개할것 같은 착각과 기대를 주고 있다. 그러나 핵합의후에도 남쪽을 보는 북한의 태도는 여전히 경계와 적대를 조금도 늦추지 않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제기되고 있는 대화는 합의대로 한반도비핵선언의 이행을 위한 핵통제공동위원회를 비롯, 경수로원전지원을 위한 실무접촉, 기본합의서의 실천을 위한 회담, 경제회담,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정상회담까지 망라되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7·4공동성명이후 20여년간의 경험이 말해주듯 남에 대해 자신이 있을 때, 또는 대외적으로 평화의지를 선전·과시할 필요가 있을 때만 회담에 호응했고 그나마 시간끌기와 물고 늘어지기로 일관해 왔다. 어쨌든 현재로선 북한은 대화를 하고 싶은 뜻이 없음을 정부는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대화기피 자세는 우선 이번 핵타결 직전까지 반대를 고수했던데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근본적으로 핵흥정을 미국과의 관계개선과 금수해제를 통한 경제협력, 경수로획득에 두고 이를 김정일의 지도역량, 업적으로 과시하려 했으며 때문에 협상도중 남한의 관여나 입김에 거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음을 주목해야한다.
다음으로 북한은 문민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출범때부터 과거 군사정권에 대했던 것 이상으로 격렬한 비방과 모략으로 주민들에게 적대감을 부추겼다. 특히 김일성사망후에는 조문거부, 주사파단속, 인권문제거론, 그리고 자유민주방식에 의한 통일논의등을 문제삼아 집요하게 시비를 벌여온터에 하루아침에 대화자로 돌변하기는 어려운것이다.
이처럼 북한은 현재로선 대화를 재개할 의사도 준비도 돼있지 않다. 대미관계개선과 경수로등을 놓칠 수 없어 마지못해 동의한 대화도 시기를 명시하지 않아 얼마든지 늦출수 있다. 조기에 재개할 수밖에 없을 때도 조문및 단군릉준공식 참가금지, 주사파단속에 대한 선사과를 요구하면서 상당기간 시비를 걸게 틀림없다.
따라서 정부는 회담을 서둘러서는 안된다. 국민에게 공연히 과잉기대와 환상을 갖게 해서는 안된다. 우선 김정일 권력승계가 끝나고 체제가 안정될 때까지 자극하지말고 인내를 갖고 기다리는 게 현명하다. 또 체제안정을 도울필요가 있다.
북한은 대남국론분열책동을 계속하고 남쪽기업인들에게 열심히 손짓하겠지만 일정시간이 지나면 결국 대화에 나설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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