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공직사회가 초상집 분위기라고 한다. 세도사건에다 오림포스호텔 슬롯머신 비리마저 터져 한달새 30여명이나 구속됐을 뿐더러 관련자가 1백50여명에 이르렀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 이번 슬롯머신 사건이란 것도 결코 새삼스런 비리랄 것이 못된다. 새 정부가 선뒤 구시대 구조적 비리의 표본중 하나로 슬롯머신업계 대부 정덕진씨 거액탈세및 비호세력과 전국업소비리에 대한 일제수사가 전개된바 있었다. 그리고 뇌물·폭리·탈세·서민피해등 온갖 해악을 끼쳐왔음이 드러나 슬롯머신업소 자체의 점진적 전면 폐지마저 이미 결정된 마당인 것이다.
아쉬운 것은 쇠뿔은 단김에 빼어야 했는데 전국 업소별 지분율및 비호·뇌물수수 공직자들의 존재를 당시에 구체적으로 밝혀내지 못했던 점이다. 결과적으로 미진했던 수사가 오늘의 인천 슬롯머신 사건을 키워왔을 뿐아니라 앞으로도 유사사건이 계속 터져 나올 개연성을 충분히 남겨두고 있다하겠다.
이번 사건의 충격은 지난해의 「대부」사건때와는 또 다르다. 당시 사건이란 엄청난 탈세에다 정치권의 실력자와 안기부·검찰의 고위직등 중앙의 거물급 비호세력의 드러남과 그 사정에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지방업소에까지 소위 힘깨나 쓴다는 검찰·경찰·세무직 공직자들이 속속들이 조직적으로 얽혀있음이 생생히 드러나기에 이른 것이다.
이같은 부조리의 확산및 심층화는 우리사회에 여러가지 심각한 경고를 해준다.
먼저 공직사회 전반의 정화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앞서 부정·비리의 적발을 책임진 공권력행사 권력기관의 비리부터 강력히 근절해야겠다는 점이다.
권력기관의 비리란 그 폐해가 엄청난데 적발과 단죄는 오히려 어려운게 특징이다. 슬롯머신업계가 엄청난 폭리·탈세의 대가로 권력기관의 「밥」노릇을 자처해 온게 어제 오늘이 아닌데, 과거 제대로 단속받은 적이 별로 없었다. 지난해의 사정차원비리척결마저 주범과 비호세력이 사실상 모두 풀려나면서 벌금형으로만 흐지부지 끝나버린 감이 없지않다.
그런 의미에서 구조적 비리의 추적과 처단은 더욱 철두철미해야겠다는 또다른 교훈도 제기된다. 그렇지 못할때 겉으론 멀쩡한데 안으론 마냥 곪아가면서 내성만 키워주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번 비리도 업소의 자체내분으로 터져나왔을 뿐이지 수사기관이 캐어낸 것이 아님을 당국은 자각하고 부끄러워해야한다. 그래서 이제라도 전국 업소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비리발본을 통해 구겨진 체면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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