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세적 접근보다 내실위주로/경협도 북 수용 가능한것부터 북한핵문제 해결은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전반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현재 북미합의가 정식 서명절차를 마친것도 아니고 북한의 핵투명성이 완전 보장된 것도 아니지만 일단 그 돌파구는 마련된 만큼 지난해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 이후 정부가 고수해온 「핵우선 대북정책」또한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홍구부총리겸 통일원장관도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북미협상타결을 전제로 『새로운 국면을 맞아 우리의 대북정책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막상 새 국면을 맞은 정부 입장은 매우 신중하다. 「핵」이라는 카드가 위력을 상실했다고 해서 덮어놓고 무작정 「배팅」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 대북정책 또한 일부 수정은 하되 기본 원칙하에 일정한 일관성은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 핵문제란 것은 남북관계라는 큰 틀속에서 중요한 일부분일 뿐이지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누차 강조해 왔다. 다시 말해 일관된 대북정책도 핵이라는 걸림돌 때문에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으며 혼선으로 밖에 비쳐질 수 없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비록 핵문제의 돌파구가 열렸다 하더라도 대북정책의 가시적 변화들이 금방 뒤따르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핵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당장 우리의 대북정책들이 크게 바뀌는 일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오히려 대북정책이 이제야 비로소 제자리를 찾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대북정책방향은 정부가 지난 18일 통일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언급한 「종합적 검토」와 「능동적·적극적 대처」란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상당히 추상적인 표현이지만 정부가 제반 조치들을 신중하게 검토한 후 「대국적 자세」로 대북정책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 된다.
여기에는 우선 앞으로 북한의 핵투명성이 완벽하게 검증되는 것인지에서 부터 각종 대북정책의 「빗장」을 어느 단계에서 풀어야 하는지등 정부가 짜놓은 시나리오들이 포함돼 있다. 또 남북대화나 경협의 구체적인 절차와 형식, 시기문제등 현안들이 산재해 있다.
정부는 대북정책을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자칫 북한을 더욱 움츠러들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대북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도 북한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해 수용가능한 정책들을 우선적으로 펴나갈 방침이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과거 경험상 요란한 선전성 정책보다는 내실있고 실현가능한 정책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교류나 경협을 위한 대화를 하더라도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실무자들끼리의 비공개 접촉등이 활성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동안 남북 서로간에 3백여 차례 대화를 거듭해 오면서 대규모 인원들이 오가기도 했지만 형식에 그친 경우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의 대북정책이 이번 북미간 합의를 계기로 기본 원칙부터 전면적으로 수정돼야 한다는 일부 시각도 있다. 이는 현재 한반도 주변 4강들을 비롯한 「열강」들이 벌써부터 대북투자등 북한쪽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남한을 따돌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핵문제 협상에서 완전히 배제됐다고 할 수 있는 정부로서는 앞으로의 대북우선권만은 다른 외국들에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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