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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렛사:3(세계기업 이렇게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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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렛사:3(세계기업 이렇게 뛴다)

입력
1994.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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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순간들 정면돌파/62년 영국서 스테인리스 면도날 선풍/74년 불서 1회용 내놓자 맞불로 제압/80년대 고품질로 승부 「센서」 대히트 미국총선거가 있었던 지난 92년은 미국의 산업이 일본과 독일에 뒤쳐지고 있다는 패배의식이 최고조로 감돌던 해였다. 이때 월 스트리트 저널지는 미국 대기업들의 성공적인 경영혁신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는 가운데 『질렛사같이 동일제품을 갖고 70년이상 독점적 시장점유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제조업체는 미국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었다.

 질렛면도기의 미국 시장점유율 64%는 2위인 쉬크(SCHICK)의 13%와 비교할때 거의 5배에 이른다.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에서 연간 팔리는 면도날은 2백억개정도인데 질렛 제품이 33%를 점유하고 있다. 이 회사 홍보담당자인 매트 밀러씨는 『일본을 제외한 전세계 시장에서 질렛면도기는 경쟁사를 앞지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질렛이 순탄하게 승승장구한 것만은 아니었다. 때로는 기술개발에서, 때로는 마케팅전략에서 경쟁사의 도전으로 결정적인 위기에 직면했었다. 질렛의 성장은 이 위기를 공격적인 경영전략으로 극복하면서 촉진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질렛의 첫번째 위기는 62년에 왔다. 영국의 조그만 회사인 윌킨슨 소드가 녹안스는 스테인리스강철 면도날을 개발, 질렛의 탄화강철 면도날에 도전한 것이다. 면도날 하나로 12번정도(당시 질렛 면도날의 3배) 면도를 할 수 있는 윌킨슨 제품은 삽시간에 질렛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질렛사는 이듬해 하는 수 없이 스테인리스 면도날 생산을 결정하고 후발주자가 됐다. 이때 시장점유율은 50%선까지 허물어졌고 경영진은 사면초가에 처했다.

 그러나 다행이었던 것은 윌킨슨이 질렛의 약점을 파고 들지 못한 것이었다. 만약 미국의 대기업들이 윌킨슨을 사들이고 면도기제조에 뛰어들었다면 질렛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당시 질렛사원들은 회고한다. 이 위기에서 질렛사가 얻은 교훈은 「아무리 작은 경쟁상대 일지라도 설 자리를 주어서는 안된다」 「기존 제품이 잘 팔린다고 새 제품 개발을 늦추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질렛에 대한 두번째 도전은 74년 프랑스 회사인 빅(BIC)의 1회용 면도기 공급이었다. 질렛사는 시장을 지키는데는 「맞불작전」밖에 없다는 판단아래 76년 빅이 미국시장에 새 제품을 상륙시키는 시기에 맞춰 1회용 면도기를 시판하기 시작했다. 이 작전이 맞아 떨어져 질렛은 1회용의 시장점유율에 있어서도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80년대초 질렛사는 제품생산의 방향을 놓고 기로에 봉착했다. 한편에서는 「이제 면도기는 기술집약적인 상품이 아닌 1회용으로 가는 추세이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기술적 우위를 살려 좋은 가격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해결의 실마리는 미국본사가 아닌 유럽영업을 책임맡고 있던 영국인 존 사어먼스의 경영전략에서 나왔다. 사이먼스가 소비자를 조사한 결과 45세이상은 질렛의 품질과 권위를 믿고 있었지만 45세이하는 질렛의 상표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이같은 결과가 광고영향 때문이며 1회용이 잘 팔리는 이유도 광고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그는 1회용 제품에 대한 광고를 전면 중단하고 그 돈을 「트랙2」광고로 돌렸다. 사이먼스의 마케팅전략은 적중했다. 1회용 시장점유율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사이먼스는 곧 미국영업책임자로 발탁됐다. 10년간 2억달러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개발한 「센서」가 시판되면서 사이먼스의 전략은 더욱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

 값싼 1회용에 대한 소비추세를 값비싼 면도기로 바꾸어 놓은 사이먼스의 전략은 탁월한 마케팅기법, 결단력과 함께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었다.【보스턴=김수종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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