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0월10일자에서 최근에 있은 한국영화의 성공사례를 게재, 눈길을 끌었다. 이 잡지는 「서편제」가 지난해 1백만관객을 돌파, 직배미국영화 「사랑과 영혼」에 버금가는 인기를 모았고 올해초 「투캅스」도 87만명을 동원, 「다이하드2」를 능가하는 히트를 기록했다고 한국영화를 추켜세웠다. 그리고 이같은 성공은 직배미국영화와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한국영화 제작자들이 좋은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한데서 나온 결과라고 풀이했다.다분히 아전인수격인 분석이긴 하지만 상영중인 가을극장가의 한국영화는 포브스지의 기사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외국영화 못지않게 관객이 몰리고 있다.
「태백산맥」은 4주동안에 20만명을 끌어들였고 「게임의 법칙」과 「너에게 나를 보낸다」도 각각 15만명이 관람했다. 이에 앞서 여름시즌에 개봉돼 상영이 끝난 「세상밖으로」와 「구미호」는 각각 26만명과 23만명을, 올봄에 선보인 「그 섬에 가고 싶다」는 14만명을 기록했다(이상 서울개방관 관객수).
「서편제」이후 흥행에서 성공을 거둔 한국영화들을 살펴보면 소재나 주제, 기법등이 각기 특이하다. 탈옥수들의 국외탈출 시도를 그린 영화(세상 밖으로)에서부터 포르노그라피를 표방한 야한 영화(너에게 나를…)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다. 공통점이라면 외화수입보다는 국산영화제작에 주력하는 군소업자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최근의 한국영화가 관객의 발길을 끌어 당기는 힘은 무엇인가. 평자들은 그동안 눈치를 보느라 금기시해왔던 이색소재에의 접근과 이에따른 참신한 기획이 관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군사문화가 지배해온 구시대의 한국영화는 소재제한에 갇혀 지내왔다. 시나리오심의와 필름심의라는 이중검열망에 걸려 감독이 의도한대로 영화를 만들수가 없었다.이번 「태백산맥」이 겪었듯 외압이 영화인들의 의욕을 꺾기도 했다.상영중 간판을 내린 「도시로 간 처녀」(81년)나 제작단계에서 중단한 「비구니」(84)가 그 예이다.
10월27일은 「영화의 날」이다.75년역사를 기록하는 영화의 날에 한국영화가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할리우드 오락영화와 경쟁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 넉넉한 제작비, 기술향상, 인재양성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소재의 폭이 더욱 넓어져 창작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문화2부장>문화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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