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도전 등 발군의 성적 프로기사가 군에 입대하면 바둑이 더 세지는가 아니면 약해질까. 일반적으로 프로기사들이 군대에 가면 한동안 슬럼프에 빠지는 게 보통이다. 한데 최근 군입대 후 발군의 성적을 올리는 기사가 잇달아 나타나 화제이다. 주인공은 김승준 3단과 윤현석 3단, 이상훈 3단 등.
작년가을 육군에 입대한 김 3단은 입대이전까지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못했다. 그러나 올 1월 혹독한 겨울훈련을 마치고 6사단에 배치되면서부터 갑자기 각종기전에서 승승장구, 박카스배 준결승에서 이창호 7단을 격파, 기염을 토하더니 국기전에서는 연전연승, 마지막 도전자결정 3번기까지 진출했다. 현재 양재호 9단과 1대1의 팽팽한 접전을 기록하며 17일 도전권의 마지막 향방을 가름할 최후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월 8사단에 입대한 윤현석 3단은 고된 훈련일정에서도 동양증권배 본선진출권을 따낸데 이어 패왕전 본선에도 진출했다. 윤 3단은 지난 추석에는 사단바둑대회에서 심판과 지도대국을 갖는등 바둑보급에도 일조했다.
9월 6사단에 입대한 이상훈 3단도 올 제왕전에서 이창호 7단을 잡더니 SBS연승전에서는 생애최초로 본선에 진출하는등 기염을 토하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프로기사들이 군대에 갔다고 해서 갑자기 바둑실력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사회에 있을 때보다 바둑을 둘 기회가 부족하고 일정이 맞지않아 시합에 자주 참여할 수 없기때문에 전체적으로 성적이 떨어지는 것일 뿐이다. 그에 반해 소위 군인정신으로 대표되는 승부근성이 더욱 강하게 발동, 바둑내용이 치열해지는 상대적인 효과를 거두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조훈현 9단이나 유창혁 6단의 경우 첫 타이틀을 딴 것은 모두 군복무중이었다. 조 9단은 72년 일본에서 군복무를 위해 귀국, 73년 자신의 첫 타이틀인 최고위를 공군근무중에 따냈다. 유 6단의 경우도 88년 대왕전 우승을 방위근무중에 했다.
조훈현 9단은 과거 군복무시절 『바둑에 지면 포복으로 기어서 돌아오라』는 말이 있었듯이 군대에 가면 정신자세가 달라진다는 것. 현실적으로도 자꾸 이겨야 외출을 나가기 때문에 정신을 차려 바둑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하지만 군대에 가면 대국기회가 많지 않기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기력이 쇠퇴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 대부분 기사들이 군대에 가면 기권패가 많아지면서 승부의 리듬을 잃고 승률이 50%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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