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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학생 심포지엄/“미래동반자되자” 공동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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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학생 심포지엄/“미래동반자되자” 공동인식

입력
1994.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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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사와 일본 요미우리신문(독매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한일학생 심포지엄」(10월11∼12일)은 두가지 의미있는 결과를 얻어냈다.  하나는 양국의 젊은이 사이에도 「마음의 벽」이 있다는 사실이 여과없이 드러났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 젊은이들은 한일양국이 21세기의 아시아·태평양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해 「따뜻한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국 젊은이들은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한국은 「일본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일본은 「동반자로서의 관심을 가지려는 노력」이 각각 요구된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

 이 결론은 소중한 것이었다. 이 결론도출을 위해 양국 학생들은 이틀간의 심포지엄 내내 과거청산문제에서부터 환경과 인권, 인류의 공통과제에 이르기까지 여러문제들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국측 대표학생들은 『일본은 과거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반성하기보다는 그냥 덮어두려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지적했고, 일본측 대표학생들은 『한국이 지나치게 민족적 감정에 의존해 일본에 대한 오해가 더 커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인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대학생들은 『젊은이들 역시 역사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했으며 『젊은이들 서로가 마음의 벽을 허물고 만남의 자리를 끊임없이 갖는다면 한일관계의 미래는 밝을것』이라는 공감대를 만들어 냈다.

 이번 심포지엄은 참가 학생들 스스로 이끌어 갔다.【편집자주】

◎발제/제1주제 「한국과 일본­오늘의 과제」/진정한 협력 「솔직한 사과」서 출발

 ◇한국측 발제(차두환)= 한국사회는 8·15해방 한국전쟁 4월혁명 유신독재 6월민주항쟁 문민정부탄생등을 거치면서 절대권력과 억압적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변화와 개혁」의 사회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풀어가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지역문제와 집단이기주의, 급격한 산업화로 인한 문화와 가치관의 혼란, 아직도 남아있는 낡은 권위주의등 산적한 문제점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바람직한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일이다. 한국사회는「열린사회와 통일」을 향하는 과정에 놓여있는 셈이다. 이과정을 올바르게 풀어나갈 때 올바른 국제화로 나아갈 수 있다.

 ◇일본측 발제(오하라 히로유키·미원굉지)=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한 양국간에는 미래지향적인 논조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북한의 핵개발 문제에 대해서는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는등 양국을 둘러싼 상황은 예전에 비해 호전되고 있다.

 그렇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가려져 있다. 양국 사이에는 재일한국인문제, 전후보상문제등 과거역사의 응어리가 여전히 남아 있다. 자기나라만의 피해만을 항의하는 태도는 국제화라는 외침을 허사로 만든다. 또 이같은 갈등의 해소없이「미래지향」이나 「국제화」를 거론하는 것은 공허할 뿐이다.

◎토론

 ▲일=일한 양국관계의 민감한 현안인 일본문화개방에 대한 한국의 규제조치에 대해 우선 얘기해 보자. 한국정부의 문화개방 규제조치는 일본인들에게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한국측은 「훌륭하고 순수한 한국문화를 지키기 위해 저속한 일본문화를 막는다」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과연 순수하고 훌륭한 문화와 저속한 문화의 차이는 무엇인가. 자본주의체제 속에서 문화는 상품화돼 이웃 국가로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으며 정부가 이같은 현상을 힘으로 제한할 때 대중의 욕망을 저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문화개방 규제조치는 민족주의를 지키기 위한 페쇄된 이데올로기적 장치는 아닌가 묻고싶다.

 ▲한=순수한 민족문화만이 고급이며 타문화는 저속하다고 규정짓는 것은 편견이다. 문화를 단순히 자본주의적 특성에 맞춰 상품으로 보기보다는 한 사회의 특수한 가치체계이며 한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결집체라고 본다. 문화는 역사의식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그러나 「과거」가 가지고 있는 현재적 의미를 고려해야 한다. 과거 한일관계가 현재의 양국관계를 방해한다고 해서 이를 묵과할 수는 없다. 일본인이 보는 자국의 민족주의적 폐단은 무엇인가.  

 ▲일=제일동포를 비롯, 타아시아인·흑인등 외국인에 대한 차별문제는 일본민족주의 폐단의 단적인 예라고 본다. 일본언론 역시 이를 정면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문화라는 것이 자본주의의 논리에만 입각한 도식화된 상품 혹은 민족주의를 지키기 위한 특수장치로 인식되어선 곤란하다고 느낀다. 문화는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국경을 초월해 누구와도 교감할 수 있는 창조적 느낌의 응집체다.

 ▲한=한일 양국의 학생들은 양국의 현안인 교육개혁에 대해 관심이 높다. 교육의 기능은 각자 개인이 사회를 유지·통합할 수 있는 균형을 배양하고 사회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민족주의가 사회를 통합하는 이데올로기로 작용하는 경우 일본역사교과서의 사실왜곡등과 같은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일=암기위주의 입시교육체계는 한일 양국이 개선해야 될 공통된 문제점이다. 특히 교육과정에서 올바른 역사인식 고취와 문제의식을 고양하는 사고체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역사교과서의 내용은 자국을 중심으로 세계사 전반을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일본역사가 세계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부분이 있더라도 각 개인이 이들 사실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문제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곡된 사실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다양한 시각의 습득과 폭넓은 사고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발제/제2주제 「젊은이가 본 한일관계… 이해와 오해」/“일부의 망언이 일전체 견해 아니다”

 ◇한국측 발제(김 정)= 일본의 동아시아 식민지건설로 요약되는 과거역사는 일본의 지배엘리트에게 아직도 정당한 역사로서 인식되고 있다. 침략행위에 대한 자기반성을 거부하는 이같은 일본의 태도때문에 한국을 비롯, 동아시아국가들이 일본에 대해 여전히 강한 반일 민족주의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국제화」라는 흐름에 맞춰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통합의 움직임은 독일이 인접국가들에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철저히 물질적, 정신적으로 보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진정한 한일 협력관계는 일본이 독일처럼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국가들에 진정으로 사과함으로써만 가능하다.

 ◇일본측 발제:(오시마 야스코·대도녕자)= 일한 양국간에는 갈등과 불신이 굳게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경제마찰 교과서문제 종군위안부문제등 일한 양국간에 갈등과 불신을 생기도록 한 요인에 대해 솔직하고 냉정한 논의가 거의 없었다. 이로인해 양국간에는 의식의 단층이 생기고 양국 관계는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한 양국이 서로에 대해 이해를 높이고 오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선입견을 극복하고 무엇이 진실인가를 찾아내는 작업이 가장 시급하다. 모르는 세계를 알게 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토론

 ▲한=일본학생의 발제문은 불행했던 과거에 대한 일본의 반성문제를 많이 다루고 있다. 한국 역시 전후 보상등 과거문제에 너무 집착, 현재와 미래에 소홀하다는 일본의 시각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한국은 일본에 대해 상대적으로 열등의 위치에 있다. 일본이 약소국이라면 우리가 보상문제등에 대해 지금처럼 집착하겠는가.

 ▲일=아시아인들로부터 지적 받아온 50년 전의 동경전범재판이 최근 일본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일본인은 외부로부터 비판받아야 비로소 문제를 인식한다고 새삼 깨달았다. 일본은 과거문제에 대해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한=전후보상문제등 과거에 대한 반성에 있어 일본인은 스스로를 피해자로도 인식해 불행한 과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일=일본인이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해 가해자임을 망각한다는 주장은 상당히 인정할 부분이 있다. 이러한 인식은 일반대중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고 정부도 이를 거들고 있다.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과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고 이것의 기준은 보편적 휴매니티에서 찾아야 한다.

 ▲일=실질적인 전후보상문제는 국가차원에서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본다. 양국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로서 우리는 상대의 시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여러 관점이 있음을 인정해 서로의 편견과 잘못된 감정을 바로잡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최근 일본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정치·군사적인 영향력을 증대시키고자 노력하는 등 과거로 회귀하려는 느낌을 주는데 일본학생들의 생각은 어떤가.

 ▲일=자위대의 증강을 과거로의 복귀로 보는 시각은 오해다. 이제 천황은 권력이 없는 상징적 존재이며 일본인은 「일본민족」 「우리민족」이란 용어를 경계할 정도로 과거 식민정책과 연관된 민족주의에 대해 부정적이다. 일부 각료의 「침략행위를 한 적이 없다」는 망언을 일본인 전체의 견해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일=일본의 젊은 세대들은 어려서부터 반전교육을 받고 자라났으며 전전세대들도 히로시마의 원폭피해 경험을 잊지 않고 있다. 일본인 대부분은 평화를 사랑하고 군사력 증강에 대해 부정적이다.

 ▲한=평화를 사랑하고 미래를 낙관한다는 일본인, 특히 젊은이들이 정부각료의 망언에 대해 너무나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한국의 학생들이라면 정부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일=일본인이 평화를 사랑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일본은 패권에 대한 욕구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 일본의 첨단기술, 국방비는 외부에서 볼때 충분한 군사대국의 위협으로 인식될 수 있다. 전후에 변했다고 하지만 천황은 국민을 결집하는데 다시 이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일본의 군사력은 경계하면서 한국과 비슷한 군사력을 지닌 대만에 무관심한 것은 일본을 바라보는 아시아인들의 모순이기도 하다.

 <지도교수>

 ◇김병국(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미 하버드대 경제학과 졸업 ▲동 대학원 정치학 박사 ▲국제학술연구소 소장(현), 21세기위원회 위원(현)

 <학생>

 ◇민동룡(서울대 대학원 외교학과 석사1년) 

 ◇엄현아(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석사1년·여)

 ◇강  성(서울대 농공학과4년) 

 ◇곽  현(서울대 동물자원학과4년)

 ◇차두환(서울대 화학공학과4년)

 ◇나종연(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3년·여)

 ◇김태형(연세대 정치외교학과4년)

 ◇최소영(연세대 사회학과4년·여)

 ◇유지연(연세대 사학과2년·여)

 ◇김  정(고려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석사2학기)

 ◇이병일(고려대 법학과4년)

 ◇박소은(고려대 한국사학과3년·여)

 ◇나계윤(이화녀대 정치외교학과4년·여)

 ◇염재훈(서강대 경제학과3년)

 ◇윤창현(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4년)

 <지도교수>

 ◇히라이와 순지(평암준사 ·송판대 정치경제학부 전임강사)

 ▲도쿄외국어대 외국어학부 조선어학과 졸업 ▲경응대 법학연구과 박사과정(현) ▲연세대 정치학과 박사과정

 <학생>

 ◇이노우에 다쿠오(정상 척생·도쿄대 교양학부3년)

 ◇후루카와 히사타카(고천 구귀·도쿄대 교양학부3년) 

 ◇오시마 야스코(대도 녕자·도쿄대 교양학부 3년·여)

 ◇미즈타니 다카유키(수곡 융지·도쿄대 법학부3년) 

 ◇오노 다이스케(소야 태보·경응대 법학부3년) 

 ◇아이카 마리코(추록 마리코·경응대 법학부4년·여) 

 ◇오하라 히로유키(미원 굉지·조도전대 정치경제학부3년)

 ◇야바타 히로유키(시단 관지·조도전대 교육학부4년)

 ◇아이하라 모토키(상원 소수·일본대 국제관계학부3년)

 ◇이시바시 도모코(석교 붕자·동경녀대 현대문화학부3년·여)

 ◇스즈키 노부에(도축 신지·동경녀대 현대문화학부3년·여)

 ◇우메노 요코(매야 양자·동경외대4년·여)

 ◇미요시 헤이타(삼호 평태·동경외대3년)

 ◇이와타 고지(암전 호사·축파대 제3학군 국제관계학부4년)

 ◇미노우라 시게카쓰(기포 성극·정강현립대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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