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체제안정 가늠 고비/탈상·본격추대 조짐보여 김일성에 대한 추모열기를 이유로 권력승계를 미뤄온 북한이 15일 김일성사망 1백일을 계기로 「탈상」을 할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식 발표는 없지만 북한은 15일 1백일추모제를 대대적으로 개최키 위한 준비를 진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북중인 중국사절단, 친북인사들은 김일성동상에 화환을 증정하는등 1백일추모제를 앞두고 분위기를 고조하고 있고, 북한 방송들은 캄보디아등 해외에서 이미 김일성사망 1백일추모제가 시작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특히 추모제를 하루앞둔 14일 아시안 게임을 참관키 위해 히로시마에 와 있는 북한유도협회 현창귀상무이사가 한국 기자들에게 『1백일 추모제가 끝나면 김정일주석취임과 함께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해 권력승계의 공식화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주석직 취임후 북한이 대남 및 개방정책에 대해 새로운 입장을 취할 가능성마저 언급하고 있다.
북한은 앞서 지난 10일 당창건49주년 기념행사, 11일 단군릉 준공식을 예상보다 작은 규모로 치렀다. 이에따라 15일의 1백일추모제가 김정일후계체제가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가장 큰 고비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 행사와 관련,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7월20일 중앙추도대회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김정일의 등장여부. 김일성사후 북한에서는 지난 8월8일 사망 한달 추모제, 9월8일 사망 두달 추모제가 열렸지만 김정일은 화환을 보냈다고 보도됐을 뿐 직접 행사에 참석하지는 않았다.
북한은 사망 석달째인 지난 8일에는 아무런 행사를 치르지 않았으므로 1백일째인 15일의 행사를 하나의 분기점으로 삼아 추모분위기를 일단락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1백일추모제에 장례위원장인 김정일이 불참한다면 권력승계의 중대한 이상징후로 해석해야 된다는 시각이 많다.
물론 북한측은 권력승계를 위한 정치일정을 일절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달 하순께 동남아등지를 순방할 예정이던 강성산정무원총리, 김영남외교부장등이 일정을 취소했다는 「첩보」도 전해지고 있어 15일 행사이후 당중앙위 전원회의, 최고인민회의 개최등 본격적인 김정일추대행사가 시작될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
또 한 가지 1백일 추모제를 계기로 김일성 시신의 처리방침이 발표될 지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상징성이 강조되는 북한 정치에서 김일성시신이 현재 안치중인 것으로 알려진 금수산의사당에 영구보존될지 또는 일정한 장소에 매장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중대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김일성시신은 사망 직후의 해부, 장례과정에서의 처리미숙으로 영구보존이 어렵게 됐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었는데 유력한 장지로 거론되던 단군릉도 지난11일의 준공식때 아무런 발표없이 지나가 의문을 더하게 하고 있다.
이와관련, 평양 근교 대성산 기슭 혁명열사릉에서 대대적인 토목공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곳에 시신이 묻힐 가능성을 점치게 하고 있다. 혁명열사릉에는 김정일의 생모인 김정숙이 안장돼 있다.
김일성사후 3개월여 동안 북한은 새 체제가 어떤 모습이 될 지 단서를 일절 제공치 않아왔다. 남측에서도 대북정책의 「표적」을 잃은 채 조문파동등 내부이견을 해소하는데 급급해 북한을 둘러싼 수많은 미결과제들의 해결이 모두 유보된 공백기가 계속됐다. 제네바 북미회담의 타결과 동시에 북한 후계체제도 공식적 출범을 준비하게 되면 밀렸던 숙제를 한꺼번에 해내야 하는 바쁜 기간이 닥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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