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금 50%지원 “성공 보장”/“값싸고 우수한 노동력 풍부… EU진출 최적지” 『중앙정부만 바라보고 있으면 지역 개발은 영영 불가능합니다』
유럽연합 각국의 외국기업 유치에는 지방정부가 더 적극적이다. 지방자치의 전통이 확립된 유럽의 경우 외국기업 유치의 열매는 곧 지방정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외국기업 유치는 곧 현지 고용을 증대, 고질적인 취업난을 해소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 지방정부의 계산이다.
유럽 각국 지방정부중 외국기업 유치에 가장 열성적이고 또 성공을 거두고 있는 곳이 영국의 북아일랜드이다.
『EU시장 진출을 원한다면 우리 지역을 거점으로 삼으십시오. 스코틀랜드나 웨일스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투자진출에 대한 성공을 보장합니다』
중앙 행정부의 철저한 통제정책에 익숙해 온 우리에겐 북아일랜드지방정부가 내걸고 있는 문구는 중앙정부에 대한 도전으로까지 느껴진다.
그러나 북아일랜드는 다른 지방정부와의 차별화 정책으로 미국 일본 독일등의 유수한 기업체를 속속 끌어들임으로써 실업난과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영국 정부의 시름을 덜어주고 있다.
듀폰 포드 미쉘린 맥도널더글러스 캐논 네슬레 후지쓰 필립스등 이곳에 진출한 2백여개의 외국기업 명단은 세계 일류기업들의 리스트를 방불케 한다.
이중에는 88년에 진출, 투자에 성공한 대우전자 VCR공장(현지 법인명은 듀크)을 비롯, 대성서키트등 한국기업들도 들어있다.
북아일랜드의 투자유치를 총괄하는 기관은 북아일랜드산업개발청(IDB). 82년 설립된 IDB는 지난 12년동안 외국 기업 유치로 1만3천여명의 고용을 창출함으로써 지역사회 경제활성화의 견인차 역할을 충실히 해오고 있다.
IDB부청장 프랭크 휴이트씨는 『우리는 지역 발전의 암초인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찍부터 외국기업 유치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 외국기업이 우리 땅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다해오고 있다. 외국기업의 성공이 곧 우리 지역 경제활성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IDB가 외국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제공하고 있는 투자자금 무상지원(그란트)의 내용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우선 지역산업의 경쟁력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될 경우 고용창출 효과를 기준으로 투자자금의 최고 50%까지 무상지원하고 있다.
또 공장 임대시에는 최고 5년간 임대료의 1백%를 보조하고 비정부기관에서 빌린 자금에 대해 총 7년간 3∼4%의 금리를 보전해 주고 있다.
고급 경영인을 채용할 경우 별도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투자기업이 현지근로자를 훈련시키는데 드는 비용도 최고 50%까지 보조하고 있다. 대우의 경우 공장건설당시 총투자금액인 3천7백만달러중 약30%에 해당하는 1천1백만달러를 무상으로 지원받았다.
값싸고 우수한 노동력도 북아일랜드를 투자 최적지로 만들고 있는 요소다.
듀크공장 현지공장의 한 관계자는 『북아일랜드 근로자들의 평균임금은 14%에 육박하는 실업률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지만 서울보다 싼 편이다』라며 『노동의 질도 뛰어나 대학 졸업생을 채용하면 별도의 교육없이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CAD(컴퓨터지원디자인) CAM(컴퓨터지원생산) 작업에 바로 투입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더블린=김승일기자】
◎스페인 말라가시/산업단지조성 “외국기업 특혜”/50만평규모… “통신·교통등 제반시설도 첨단화”
스페인 남부의 안달루시아 지방. 정열적인 투우와 플라멩코의 이미지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지역이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안달루시아의 주도인 세비야까지는 고속전철(AVE)로 약2시간30분거리. 이곳에서 다시 자동차를 타고 남동쪽으로 2시간쯤 달리면 지중해 연안의 휴양도시 말라가가 나타난다.
말라가 시내로 들어서면 무성한 아열대 식물, 흰 벽과 붉은 기와의 건축물등이 어우러져 남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다. 커다란 야자수 그늘마다에는 관광용 마차들이 한가로이 낮잠을 즐기고 있다.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조금 벗어나면 이곳 분위기와는 달리 황량한 벌판에 초현대식 건물들이 드문드문 들어선 안달루시아 산업단지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관광산업과 관련 서비스·호텔건축산업등이 이 지역 전체 GDP의 약80%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제조업의 비중은 15%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투우와 플라멩코의 천국 안달루시아를 현대화된 산업지역으로 바꿔 나갈 생각입니다』
안달루시아 지방정부의 해외투자유치 담당자인 페드로씨의 설명이다. 안달루시아 산업단지는 이 지역의 빈약한 경제력을 만회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인 셈이다.
92년 안달루시아 지방정부와 말라가시가 합작으로 건설한 이 산업단지는 전체면적이 1백68만㎡로 스페인에서는 규모가 가장 크다. 연구소와 R&D시설, 제조공장등을 고루 갖춘 복합산업단지로 현재 입주업체는 30여개.
이중 첨단 전자·통신분야의 연구소가 3개, 제조업체가 10개이며 나머지는 소규모 업체들이다.
현재도 6개의 대규모 연구소가 건설중이지만 제조공장과 R&D센터등이 차지하는 면적은 전체의 29%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첨단 통신망을 갖춘 화상회의장과 식당, 골프·테니스장등 지원시설과 스포츠·레저시설등이다.
92년9월 이곳에 입주한 전자업체 휴즈사의 공장장 칼더론씨는 『남부유럽지역에서 공장지대를 물색하던 중 손쉽게 이 지역을 선택했다. 우리는 안달루시아정부로부터 총투자액 8천만달러중 무상지원을 포함해 무려 4천만달러를 지원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달루시아 산업단지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기업은 이제 겨우 4개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산업단지의 경영책임자인 휄립 로메라씨는 안달루시아 지역이 스페인에서 가장 좋은 투자조건을 갖추고 있으나 외부세계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아직껏 외국기업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달루시아 지방정부가 유치에 가장 열을 쏟고 있는 대상중의 하나는 한국기업이다. 로메라씨등 이곳 경영진들은 1년에도 서너차례씩 한국을 방문, 삼성·현대·대우등 주요기업을 상대로 투자유치 작전을 벌이고 있다.
로메라씨는 『EU지역에서 인건비가 비교적 저렴한 스페인내에서도 안달루시아 지방의 인건비는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지역에 비해 20%가량 낮다』며 『고속도로·국제공항·항구등 기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EU통합이후 유럽지역의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한국기업에 최고의 투자적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말라가(스페인)=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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