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한 사회문제」 문학적 형상화/“인간의 불안한 실존” 심도있게 조명/60년대 이미 작품영역… 일찍이 후보에 올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오에 겐자부로(59)는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고 60년대부터 이미 작품이 영역되는등 일찍이 노벨상후보에 오른 일본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유명한 일본의 무사 집안 출생인 오에는 도쿄대(동경대) 불문과 재학시절 아쿠타가와(개천)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문단에 등장,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들)」로 부각됐으며 그 보다 먼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선배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당시 『범상치 않은 재능』이라고 인정했다.
51년 미일 안보조약을 반대하는 좌익지식인을 대변하고 솔제니친 석방요구 성명과 한국시인 김지하씨의 탄압에 항의하는 단식투쟁에 참가하는등 전쟁과 핵, 권력과 민족차별문제등 첨예한 사회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이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해 왔다. 그는 빈번한 정치적 발언으로 우익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그의 문학은 스웨덴 한림원이 밝힌 것처럼 주제에서 탁월한 문학적 상상력으로 인간이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불안과 당혹감등 실존의 문제를 다뤄왔다.
형식에서는 사르트르, 귄터 그라스 등의 영향을 받아 실제 인물의 묘사보다는 언어에 의해 드러나는 상징적 관념의 묘사에 기울어지는 경향을 보였는데 그의 소설이 쉽게 읽힐 수 없는 것은 이같은 요인과 그의 독창적인 문체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오에가 그의 삶과 문학의 전환점을 맞은 것은 등단 5년 후에 장남이 머리에 혹을 갖고 태어났을 때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나온 그의 대표작「개인적 체험」은 기형아의 탄생을 놓고 방황하는 아버지를 그린 자전적 소설이다.
아들의 탄생조차도 기형아이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의 이기주의적 속성을 오에는 상상력에 의한 자기구원으로 해소하는데 이 주제는 이후 「홍수는 내 영혼에 이르러」등에 이르러 더욱 심화된다.
이 작품들에서 기형아, 장애인들은 동물의 감각을 이해하고 예술에 천재성을 발휘하는등 정상인에 비해 깊이 있게 자연과 교감하는 신화의 세계에 존재한다.
「개인적 체험」에 나타나는 오에의 주제의식은 원자폭탄이 최초로 떨어진 히로시마 사람들과 또한 자유를 억압하는 핵, 생명에 대한 외경, 우주론으로까지 연결된다. 「레인 트리를 듣는 여자들」에서는 비가 오면 빗물을 머금고 있다가 대지를 적시는 생명의 나무 「레인 트리」를 등장시킨다.
박유하씨(고려대 강사)는 『오에의 문학은 단순한 휴머니즘 차원에 그치지 않고 장애자와의 공존 등을 통해 전인류의 구원으로까지 확장된다』고 말했다.
오에는 현재 동경에서 두 아들, 딸과 살고 있으며 마지막 소설이라고 선언한 3부작 「불타는 녹색나무」을 집필중이다.
오에는 『다른 문학가가 받아야 할 상을 내가 아직 살아 있는 덕택으로 상을 타게 된 것 같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오에의 작품은 「개인적 체험」(청담사간)이 출간돼 있으며 「인생의 친척」이 웅진출판사에서 곧 간행될 예정이다.【김병찬기자】
◎대표작 「개인적 체험」 내용/경험바탕 「장애인과 공존」 인류문제로 확대
오에의 대표적 소설「개인적 체험」은 머리에 이상이 있는 아들을 둔 작가 자신의 체험을 쓴 작품이다.
버드 부부는 첫아이로 장애아를 낳는다. 아이는 머리에 혹이 있어 생명이 위태롭다. 의사는 버드에게 머리의 혹을 떼어내는 수술을 하면 아이를 살릴 수는 있지만, 아이는 평생 장애아로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뇌수술을 받지 않으면 아이는 곧 죽게 된다.
버드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 버드는 자기의 선택으로 한 생명이 살 수도 죽을 수도 있으며, 또 불행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결국 버드는 아이에게 수술을 받도록 하고 장애아인 아이를 돌본다는 이야기이다.
장애인에 대한 사랑, 그들과의 공존을 인류의 문제로 확대한 작품이라는 격찬을 받았으며 이번 노벨 문학상 심사위원에게도 큰 공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작품 경향은 신생아를 죽이고 자신의 생존의 의미까지 잃어버린 아버지를 다룬 「하늘의 괴물 아구이」, 수술을 받고 이상이 생긴 아이를 돌보려 하지 않는 부모의 퇴폐를 그린 「만연원년의 풋볼」등의 작품으로 이어졌다.
「인생의 친척」은 주인공 무라키 마리에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최대의 불행을 경험하는 인물로 설정돼 있다. 첫 아이는 정신지체아로 태어났고, 정상아였던 둘째 아이마저 불의의 사고로 신체부자유자가 되었으며, 마침내는 두 아이가 자살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고통을 겪는 여성 마리에가 인생을 참아내는 모습을 화자인 「나」를 통해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사육」은 어린시절 전쟁 체험을 바탕으로 일본 소년들과 미국 흑인병사의 우정을 그리고 있는 단편소설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시코쿠 지방에 미국 비행기가 추락한다. 우연히 미군 흑인병사를 발견한 소년들은 그를 비행기에서 구해내고 어른들 몰래 그를 돕는다. 마을 사람들은 흑인 병사가 산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알고 그를 죽인다는 비극적인 결말이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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