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호·애 지지… 아·아주대표 부각/미·EU후보와 막상막하 각축전/미·EU 첨예 대립… 「어부지리」당선 가능성도 세계무역기구(WTO)의 초대사무총장 자리를 둘러싼 경합이 의외로 팽팽해져 막판까지 가는 혼전양상을 띠고 있다. 적어도 현재로선 오는 12월6∼8일 제네바에서 열릴 GATT(관세무역일반협정)의 마지막 총회때 가서야 당선윤곽이 드러날 만큼 치열한 3파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김철수상공자원부장관이 멕시코의 살리나스전대통령, 이탈리아의 루지에로전통상장관과 맞서 예상 밖으로 선전을 벌이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김장관이 의외의 선전을 벌이게 된 요인은 대충 두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김장관은 호주 일본 이집트등의 공식적인 지지를 잇따라 얻음으로써 점차 아시아 아프리카국가의 후보라는 대표성을 갖추기 시작한 때문이다.
지난 3∼7일 제네바에서 GATT총회의장인 세페시헝가리대사가 70여개국의 대표를 개별면담해 확인한 결과 세 후보가 비슷한 지지도로 각축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살리나스후보가 약간 앞서는 추세이나 EU의 대표주자인 루지에로나 한국의 김장관이 저마다 20여개국 안팎의 지지를 받아 쉽게 우열을 판단하기 어렵게 됐다는 관측이 많다.
세페시의장은 이달 하순께 국가별 지지여부를 재점검할 예정이나 당초 10월말까지 당선자결정을 위한 컨센서스를 이룬다는 목표는 달성될 가능성이 거의 희박하다는 게 정설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지가 지난 9일 『일본이 한국의 김장관을 지지함으로써 WTO사무총장경합은 미국 EU 아시아등 세계3대 경제블록간의 협상으로 결정나게 됐다』고 논평한 것도 이같은 양상을 반영한다. 지금까지 한국후보를 아예 경쟁상대로 인정않던 서방언론이 태도를 바꿔야 할 입장이 됐다는 얘기다.
혼전의 또다른 중요 요인은 선진국의 협의기구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사무총장 자리를 둘러싸고 미국과 EU가 전임총장의 임기인 9월말까지도 합의에 이르지 못해 대행총장 체제에 들어갔다는 점. EU의 지지를 받은 프랑스출신의 페이예총장이 3기연임(임기 5년)을 노렸으나 캐나다의 존스턴전자유당당수를 미는 미국과 일본등 비EU회원국이 반발한 때문. 스웨덴의 OECD대사를 2개월시한의 임시총장으로 삼고 11월말까지 새 총장을 선출키로 했으나 현재로선 기존의 두 후보가 아닌 제3의 인물을 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전개에 대해 『WTO와 OECD의 사무총장을 놓고 미국과 EU간에 나눠먹기로 낙착되거나 아니면 막판까지 대립이 첨예화되는 두가지 시나리오가운데 어느쪽일지 예측하기 어려운 단계』라는 게 상공부의 관측이다.
상공부관계자는 『후보간에 각축이 계속될 경우 2순위 지지후보가 누가 많으냐에 따라 당락이 좌우될 소지가 적지않아 막판까지 해 볼 만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상공자원부는 13일 방한중인 자이르의 지비 응고이대외무역장관이 WTO사무총장으로 김철수후보를 지지하며 앞으로 다른 아프리카국가들도 지지대열에 동참해 주도록 노력할 예정임을 서면으로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금까지 김상공장관을 WTO사무총장 후보로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표명한 국가는 호주 일본 이집트 홍콩 자이르등 5개국이며 비공식적으로 지지입장을 밝힌 나라는 아세안 6개국과 인도 파키스탄 케냐등 아시아 아프리카에 걸쳐 모두 20여개국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공부의 희망이 기적처럼 이뤄질지 아니면 「희망사항」에 그칠지는 여전히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당초 김장관이 출마의사를 밝혔을 때 『WTO협정안의 국회비준을 쉽게 따내기 위한 국내용 제스처』라던 국내 일각의 평가는 다소 무색해진 국면이 되고 있음도 사실이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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