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주권자인 국민에게 정책결정등 국정운영의 과정과 결과를 알리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국민은 국가경영의 내용을 알 권리가 있는 것이다. 이번 총무처가 발표한 정보공개법시안은 국정전반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행정의 투명성을 제고시킨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앞으로 공청회를 통한 각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국회에서 통과시키게 되는 동시안은 정보공개의 범위가 행정부 뿐만 아니라 입법·사법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까지 모두 망라되어 매우 전향적이라 할 수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소위 민주주의체제이면서도 국민들은 국가정보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해 왔다. 거의 모든 정보는 정부가 완전 독점해 왔으며 국민은 국가가 하는 일에 대해 알아서는 안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왔던 것이다.
행정부등 국가기관이 정보를 독점하는 데서 빚어지는 부작용과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정부는 독선과 시행착오등으로 엄청난 혈세와 국력의 낭비를 초래하는 한편 권위주의적 자세를 심화시켰고 국민들로서는 늘 의구심과 불신의 눈으로 보게 되어 결국 국민화합과 국가발전을 저해하게 되었음은 그동안의 경험이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력대정권이 「봉사행정」 「유리창 행정」등을 아무리 내세웠어도 정부가 하는 일과 온갖 정보를 독점, 움켜쥐고 있는 한 이는 한낱 말장난에 불과했던 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의 선거공약인 정보공개법의 추진은 지금까지의 「독선적 행정」에서 「국민을 위한 행정」으로 쇄신하고 나아가 민주적인 국정운영의 틀을 확립하는 계기로 만들 필요가 있다. 국민이 알고자 하는 각 국가기관의 정책내용과 정보·자료등을 입수한다는 것은 결국 국정운영을 이해하고 또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경기도가 작년 9월 12개 분야 3백7건의 행정정보를, 서울의 각 구청중 성북구는 10월 건축대장등 4백52건을 처음 공개했고 지난 7월1일부터는 총리의 「정보공개지침」에 따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정보공개를 실시한 이후 주민들의 호응이 늘어나고 있음은 정보공개의 실효성을 입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물론 이 제도의 오·악용으로 빚어지는 역기능을 철저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시안에서도 공개금지사항이 명기되었으나 특히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은 철저히 보호되도록 해야 한다. 정보공개법은 행정절차법과 개인정보보호법등 관련법규를 함께 제정할 때 효률성을 높일 수 있음을 깊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정책의 실명제」 「행정의 실명제」라고 할 수 있는 정보공개법은 선진행정·과학행정으로 가는 핵심장치다. 많은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이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등 11개국에 불과하며 일본은 수십년 동안 「검토」만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이 제도만 도입했다고 선진행정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여전히 독선적, 권위주의적 자세로 요구자료를 거부 내지 기피할 때 이 제도는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게 틀림없다. 과감하게 알려 심판을 받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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