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는 『몸을 만든다』는 말을 흔히 한다. 선수들은 훈련과 감량, 식사조절등을 통해 늘 최상의 컨디션을 갖추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언젠가 국가대표 축구팀이 한심한 경기를 했을 때 프로축구 현대팀의 차범근감독이 『그라운드에서 사력을 다하고 다시 몸을 만드는 것이 선수의 자세』라고 코멘트했던 것을 기억한다. 최상의 성적과 기록을 위해서는 평소의 단련과 정신력이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이어 히로시마 아시안게임도 제패한 마라톤영웅 황영조는 올림픽 뒤의 심리적 부담감, 발바닥 수술과 은퇴선언등 잇따른 실의와 좌절을 딛고 국민들에게 감격을 안겨주었다. 『히로시마에서 반드시 태극기를 휘날려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뛰었다』는 우승소감은 경기를 앞두고 몸을 새로 만들어온 그의 정신력과 자세가 어떠했는가를 보여주었다. 지난 11일 통쾌하게 일본을 꺾은 축구도 선수들이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패한 충격을 씻고 몸을 다시 만들어낸 덕분이었을 것이다. 또 있다. 여자배구팀도 35도가 넘는 올 여름내내 지옥훈련을 계속하며 체력을 다졌다. 일본에 1, 2세트를 내주고 힘겹게 2대2 타이스코어를 이룬 뒤 감독과 선수들은 기도를 했다고 한다. 그 기도는 체력의 뒷받침에 의해 승리로 이어졌다.
스포츠는 단판에, 또는 찰라의 호흡에 의해 승부가 결정된다.
그 짧은 승부를 위해 오랫동안 몸을 만드는 일은 자신과 싸우는 일이다. 스포츠보다 승부의 기간은 길지만 다른 분야에서도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싸움을 해야 하며 이 싸움에서 이겨야만 큰 성취를 할 수 있다. 26년동안 「토지」만 써온 박경리씨는 얼마나 많이 쓰러지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새로 몸을 만들어왔을 것인가. 6남2녀를 훌륭하게 길러 주부클럽연합회가 제정한 「올해의 훌륭한 아버지상」을 12일 받은 농부공무원 신현창씨(78)도 그런 사람이다. 국졸학력이 전부인 신씨는 『잘났든 못났든 자기 목표를 갖고 욕심내지 않고 꾸준히 전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 부친상을 당한 뒤 옛 효자처럼 삼년시묘까지 했던 신씨는 비리와 흉악범죄의 발생원인이 너무 외국문화에 빠져 우리 것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했다.
기업·문화계에는 요즘 리엔지니어링, 리스트럭처링, 리메이크의 바람이 불고 있다. 비리와 흉악범죄로 얼룩진 우리 사회도 스포츠경기를 보며 열광만 하지 말고 자신과 싸워가면서 몸을 새로 만드는 자세를 배웠으면 좋겠다.<기획취재부장>기획취재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