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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월가에 몰린다/「복잡한 금융상품 수식계산=돈」 큰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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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월가에 몰린다/「복잡한 금융상품 수식계산=돈」 큰매력

입력
1994.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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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100여명 활동… 대우도 교수직보다 월등 물리학자들이 뉴욕 월가에 몰려들고 있다.

 『몇년동안 실험실에 처박혀 있으면서 점차 냉소적이 돼가던 성격이 월가에 들어온 뒤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바뀌었다』 고 말하는 리처드 데이비스씨도 그들중의 한명. 프린스턴대 대학원을 나온 뒤 연구소에서 일하다가 증권사인 리만 브러더즈에 투자분석가로 취직했다.

 세계금융의 중심지라 일컬어지는 뉴욕의 월가에서는 이처럼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실험실을 뛰쳐나와 증권사나 투자자문회사 사무실에서 매일매일 시황분석과 고객상담을 하고 있는 물리학 전공자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증권가 관계자들은 뉴욕 월가의 금융사들에만 이미 1백여명의 물리학 박사들이 일하고 있고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지에도 상당수의 물리학계 출신들이 금융가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이 주로 하는 일은 옵션거래(미래의 한 시점에 지정된 가격으로 주식을 매매하는 권리 자체를 사고파는 것)처럼 복잡한 수식이 동원되는 파생금융상품(주식 채권 금리 환율등 기존 금융상품이나 지수에 근거를 두고 새로 만들어낸 금융상품) 분야이다. 73년 시카고대학의 수학자 피셔 블랙과 경제학자 마이런 숄즈가 「블랙―숄즈 모델」을 통해 현재의 주가와 옵션가격과의 관계를 분석해낸 것이 물리학자들의 월가진출 가능성을 연 계기가 됐다.

 이러한 현상은 근래들어 교수직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게 되자 본격화됐다. 일반적으로 학계에 남아있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5년동안 대학원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따더라도 5∼6년동안을 어정쩡한 연구직원신분으로 보내야 한다. 그후 조교수직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한 대학에서 1년에 겨우 1∼2명이 될까말까 하다. 운좋게 조교수직을 얻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평생이 보장되는 정교수가 되려면 미국중간계층 수준에 겨우 턱걸이하는 4만달러(한화 약 3천2백만원)정도의 연봉에 만족해야 한다.

 반면 대학원졸업후 또는 학위를 받자마자 곧바로 월가로 달려간 물리학 전공자들은 대략 초봉으로 연8만달러를 받을 수 있다. 

 따분한 실험실을 벗어나 역동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도 학자들을 실험실로부터 끌어내고 있는 요인이다. 월가의 물리학자들은 『매일매일 변동하는 시장상황을 기초로 그때그때 순간적으로 계산해낸 답이 실제로 현실에 적용되고, 또 그 결과가 분명하게 돈으로 환산돼 나타나는 것은 학계에서 느낄 수 없는 큰 매력』이라고 말한다.

 물론 부정적인 측면도 많다. 금융시장에서 물리학적인 공식이 맞아들어갈 수 있느냐는 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또 전문분야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물리학 전공자들의 자리이동이나 승진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이들의 연봉이 학계에 남아있는 동료보다는 월등히 높지만 같은 회사내의 주식거래 중개인에 비하면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기법이 복잡해지고 첨단화될수록, 또 학계에서 성공하기가 더욱 힘들어질수록 물리학자 뿐 아니라 다양한 자연과학분야의 학자들이 금융가로 더욱 많이 몰려들 것으로 관계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뉴욕=김준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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