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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장들“모두 우리탓”선처 호소/하극상·장교탈영사건 첫공판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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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장들“모두 우리탓”선처 호소/하극상·장교탈영사건 첫공판 스케치

입력
1994.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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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도 하극상분개 “발사사건”/사병들 전부터 소대장에 주먹질【부산=한창만기자】 육군 53사단 장교 무장탈영사건은 고참사병들의 「소대장 길들이기」등 하극상사건이 원인이었고, 이 사건 이전에도 사병들이 소대장에게 주먹까지 휘두르는 일이 있었는데도 중대장이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음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났다.

 또 지난 8월 중순에는 김특중소위가 하극상에 격분, 자신의 소대 내무반 바닥에 실탄 한 발을 발사하고 『다 죽여버리겠다』며 소대원들을 위협한 사실이 있었으며, 조한섭소위도 같은달 말 자신의 소대 내무반 밖에서 실탄 4발을 쏜 뒤 수류탄을 들고 소동을 벌인 일도 있었음이 밝혀졌다.

 이날 재판중 중대장 김기환·김헌중대위는 문제확대를 우려, 부대내 하극상 사건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는등 직무유기혐의에 대해 군검찰의 기소내용을 대부분 시인했다.

 조소위의 직속상관 김헌중대위는 『조소위가 코피를 흘리며 오른팔에 상처를 입고 「소대원들이 말을 듣지않아 지휘를 못하겠다」고 하소연한 적이 있으나 문제가 확대되는 것을 우려,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장탈영을 주도했던 김특중소위는 『군내에 만연하는 하극상에 대해 많은 소대장이「어차피 국방부시계는 돌아가며 2년만 있으면 제대할 것」이라는 생각이 팽배해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탈영을 결심하게 됐다』고 털어놔 지금까지 사병들의 하극상에 대해 장교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없었음이 드러났다.

 탈영장교 조소위는 법정에서 『사병들이 술을 사러 근무지를 무단 이탈하고 내무반에서 술을 마시는가 하면, 소대장실에서 도박을 하는등 군기문란행위를 자행했으나 소대장에게는 외출·외박허가권등 실권이 없어 사병들이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털어 놓았다.

 두 김대위는 군 검찰의 구형 전 마지막 진술에서 『군생활도 얼마 되지않은 김·조소위가 무엇을 안다고 이같은 사고를 쳤겠는가. 이번 사건은 모두 상관인 우리가 잘못해 생긴 일이다. 부하들에게 선처를 바란다』고 말해 방청객들을 숙연하게 했다. 이들은 또 『연대장 사단장등 상관들은 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며, 따라서 책임도 없다. 현지 지휘관인 우리들의 불찰로 야기된 일인만큼 상관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황정희하사는 지난해 5월7일 해안초소 선임하사로 배치됐는데 사병이 『야 담배있냐』고 반말을 했고 일병이 『이곳에서 생활하려면 내 말을 잘들어야 한다. 일병 이상에게 경어를 사용하라. 계급 높다고 까불지 마라』등 모욕적인 언행을 일삼아 군생활에 염증을 느끼게 됐다고 진술했다.

 6시간에 걸친 재판에서 마지막으로 손신병장등 사병3명에 대해 10∼15년의 중형이 구형되자 손군의 가족들은 일제히 울음을 터뜨렸다. 손병장의 변호인측은 『잘못된 분위기를 지금까지 내버려둔 장교와 선배사병들의 책임이 더 크다』며 최대한의 관용을 호소했다.

 장교무장탈영에 대한 첫공판이 열린 53사단 본부에서는 군당국이 구속피의자 가족 30여명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하고 임시출입증을 배부하는등 삼엄한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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