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다소 태도변화… 가벼운사안 의견접근”/대원칙 한·미이견없어… 미협상력에 달려 김영삼대통령의 대미비판발언에 따른 파장이 한미공조체제의 재확인 차원에서 정리되고 있어 일단 김대통령의 발언이 제네바에서 진행중인 북미 3단계고위급회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최소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김대통령의 언급에서도 감지할 수 있듯이 한미 양국은 북미협상에서 더 이상 양보가 불가능하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물론 김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돼 전달되는 과정에서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 여러 경로를 통해 김대통령의 진의를 미측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당국자들은 한미 양국이 오히려 김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양쪽의 대화채널을 정비하는 한편 북미회담에 있어서의 미국측 협상전략을 재점검하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한승주 외무장관이 워런 크리스토퍼미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한데 이어 11일에는 레이니주한미대사를 면담하는 한편 정종욱외교안보수석이 10일 앤터니 레이크미대통령안보담당보좌관과 전화를 통해 의견을 교환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와 관련, 『한미 양국은 최근의 접촉을 통해 현재 진행중인 북미회담에서 미국이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면서 『김대통령의 발언도 미언론의 보도태도를 문제삼은 것이지 북미회담자체를 문제삼은 것이 아님을 미측은 양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 양국이 활발한 물밑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한미공조의 모양새를 다시 가다듬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한 것은 제네바에서의 북미회담이 고비를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당국자들은 일단 부인하고 있으나 북한이 다소의 태도변화를 보임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벼운 사안에서는 의견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김대통령의 발언이 회담에 임하는 미국측의 협상력을 강화시켜 주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북한측의 태도변화가 없는 한 협상타결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명확히 제시됐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제네바쪽에서 북한이 김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특별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는 것도 북한측의 협상자세에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하고 있다.
북미회담의 진행상황과 관련,정부의 한 당국자는『김대통령의 비교적 강도높은 발언도 따지고 보면 북한핵의 과거투명성 확보와 한국형 경수로의 관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점을 미국측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북미간 제네바회담에서 미국측은 이러한 마지노선을 견지할 것이라고 정부당국자들은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북한핵의 과거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특별사찰등의 실시시기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사이에 명확한 합의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대북 경수로지원이 시작되기 이전에 특별사찰등의 실질적 조치를 통해 북한핵의 과거투명성이 규명돼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한미 양국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북미간 연락사무소설치나 북한 핵개발계획의 동결 시기등과 특별사찰이 어떻게 맞물릴지는 미국측의 협상력에 달려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형 경수로의 관철에 있어서는 미국측의 입장이 보다 확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측이 한국의 사정을 대변하고 있다기 보다는 한국형 이외에는 현실적 대안이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미국도 이 점에서는 양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됐든 북미회담의 타결전망은 아직도 불투명한 상태고 김대통령의 「발언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도 아직 단정하기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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