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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렛사:2/1,000분의 1㎜ “초정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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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렛사:2/1,000분의 1㎜ “초정밀”

입력
1994.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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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로 0.2초에 면도날 15번용접/부품서 완제품까지 100회 자동검사 질렛사는 지난 90년 시판한 「센서」(SENSOR)라는 면도기가 크게 히트하는 바람에 회사가 흥청거리고 있다. 「센서」의 개발은 면도기를 아무 회사나 만들수 있는 일반 소비재가 아닌 고급기술의 집약된 제품으로 탈바꿈시킨 기술혁신의 본보기였다.

 한국에도 시판중인 「센서」는 플라스틱 카트리지에 2개의 면도날이 개별적이고 신축적으로 움직이게끔 장착되어 있어 면도의 감촉은 물론 안전도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면도날이 신축적으로 움직이는 비결은 면도날을 스프링으로 받쳐주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얇은 면도날을 눈으로 식별하기 어렵게 미세한 스프링에 붙이는 것은 전통적인 용접술로는 거의 불가능했다. 질렛연구팀은 레이저 용접기술로 눈을 돌렸다.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입한후 지난 89년 센서 면도기생산에 사용할 레이저 용접설비를 완성해 냈다.

 질렛사는 레이저용접설비를 비롯한 생산라인 관람을 취재기자에게 불허할 정도로 기술보안에 철저했다. 그러나 회사간부들은 레이저용접이 육안으로 볼 수 없이 0.2초동안 면도날 1개에 15개의 용접이 이루어지므로 구경 하나마나라고 안심시켰다. 질렛사는 레이저용접을 비롯한 면도기조립의 정밀도를 「마이크론」작업으로 표현한다. 한계오차를 1천분의 1㎜로 한다는 뜻이다.

 물론 품질관리도 마이크론작업이다. 1분에 1백50개의 면도날 카트리지가 쏟아져 나오는 생산라인에서 육안으로 품질검사를 하기란 불가능하다. 질렛은 스스로 개발한 고성능 컴퓨터 카메라로 제품검사를 한다. 카메라렌즈는 생산라인에서 나오는 면도기모양을 이미 컴퓨터의 기억장치에 입력된 이상적인 제품과 비교하여 틀릴 경우 여지없이 골라낸다. 부품을 만드는 공정에서 완제품 「센서」가 나오기까지 1백번에 가까운 전자 또는 기계적 검색이 이루어진다.

 질렛의 연구개발체제를 면밀히 관찰하면 다른 미국기업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기업들은 제품의 개발연구에는 신경을 쓰지만 생산설비는 외부에 디자인을 주문한다. 그러나 질렛의 기술개발개념은 다르다. 질렛의 존 부시부사장은 『우리회사 연구개발시스템의 특징은 제품개발과 함께 제품을 만들 생산설비의 연구개발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80년대 「센서」면도기 개발을 결정했을때 질렛 연구개발팀은 동시에 2가지 연구에 들어갔다. 즉 면도기 디자인과 함께 레이저 용접시설등 생산설비 디자인을 동시에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질렛이 면도기에서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이유가 바로 제품과 생산설비를 동전의 양면과 같이 생각하는 아이디어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질렛은 엔지니어인 자이엔회장부터 생산시설의 자체디자인을 기업철학으로 갖고 있다. 이런 기술개념은 장단점이 있지만 「센서」히트이후 경쟁사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요소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92년 보도한 적이 있다. 

 질렛은 80년대 경쟁사의 일회용 면도기의 도전으로 기업합병의 위협까지 받았으나 독특한 기술혁신개념을 통해 「센서」를 개발함으로써 사람들의 면도습성을 바꾸고 미국시장 점유율을 64%로 올려놓았다.

 질렛의 교훈은 기술개발이 돈과 연구인력만 투입하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말해준다. 제품과 그 용처와 그 생산설비에 대한 명확한 기술개념 정립의 중요성이 질렛사 연구개발시스템의 요체인 것이다.【보스턴=김수종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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