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통화 해당… 환전따른 시간·비용 절약/시행 점포자율결정… 통화관리엔 새변수 내년부터 일반인들이 1만달러이내의 상품거래에서는 미달러화를 비롯한 외화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돼 외화가 법화는 아니지만 「일상적 통용화폐」로 등장하게 됐다. 원화가 국내의 유일한 법화이지만 소액거래의 경우 다른 외화들도 시중에 자유롭게 유통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품거래의 지급결제방식이 사실상 선진형으로 자리잡는 것이다.
시중에 유통될 수 있는 외화는 달러화뿐만 아니라 엔화 마르크화 파운드화등 외국환은행들이 환율을 고시하는 27개국 통화가 모두 해당된다.
외화가 시중에 지급수단으로 유통될 경우 외화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들이나 기업등 거래당사자들이 누리는 기본적인 혜택은 우선 현재의 복잡한 환전절차를 생략할 수 있으며 환전에 따른 수수료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보유하고 있는 외화로 백화점등 국내점포에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으려면 일단 은행에 가서 원화로 바꿔야 한다. 또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1.5%의 환전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달러화등을 갖고 직접 쇼핑에 나설 엄두를 낼 수 없는 것이다. 내년부터 외화에 의한 상품거래를 허용하면 은행을 찾아가 원화를 바꾸는 번거로운 절차없이 곧바로 물건을 살 수 있고 별도의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현재 외화로 내국인끼리 거래를 하는게 완전히 금지돼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화폐를 수집한다든가 해외에서 사용한 카드대금을 지급할 경우등 18가지 거래에 대해서는 외화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특수거래이고 일반거래는 금지돼 있다.
외화 시중유통이 허용된다고 해도 어느 상점이나 모두 외화를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외화취급이 의무사항은 아니기 때문이다. 원하는 점포만 자율적으로 취급여부를 선택, 고객들에게 취급여부를 알린다. 예를 들어 27개국의 통화를 취급할 수 있으나 최근의 달러화 위조지폐사건등에서 드러났듯이 진품감정등이 불안할 경우 취급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외화 시중유통을 허용하는 외국의 경우에도 이 때문에 대형백화점등 외국인이 자주 찾는 장소에서만 제한적으로 외화를 취급하고 있다. 우리도 초기에는 대형백화점등 일부만이 취급할 전망이다.
외화에 의한 상품거래를 허용할 경우 나타나는 실익은 외환자유화의 폭을 확대, 국제화·개방화의 명분을 높이는 측면도 있다. 현재는 외환보유가 자유화돼 있다. 5만달러를 초과하는 외화를 보유할 경우에만 은행에 등록하면 된다. 내년부터는 거액보유에 대한 등록의무도 사라져 외환보유가 완전자유화된다. 아울러 「보유」에 이어 「거래」도 일부 자유화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정부는 외환자유화의 속도를 종전의 계획보다도 가능한 한 앞당기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96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부 항목의 경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외화 시중유통이 활성화될 경우 특히 달러화가 일상적인 통용화폐로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달러화가 국내 지급수단의 일부분을 장악한다는 부정적인 면으로 비칠 수도 있고 그만큼 우리경제가 해외와 연계돼 국제화된다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보일 수도 있다.
특히 외화의 시중유통이 확대되면 총통화계수에는 잡히지 않는 새로운 유동성이 등장하는 셈이다. 통화나 환율동향에서 현재와는 다른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금융에 관한 한 대외적으로 고립된 섬과도 같은 경제체제에서 개방을 적극 지향, 국제경제와의 통합이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통화관리에서 해외변수가 갈수록 증대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재무부는 통화 환율 재정등의 정책통합(폴리시 믹스)에 더욱 주력을 쏟아붓고 있다.【홍선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