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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득종합과세」 1년여 앞두고/「큰손들」금융권 탈출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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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득종합과세」 1년여 앞두고/「큰손들」금융권 탈출 조짐

입력
1994.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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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전후 20∼30조 예상/부동산등에 분산… 해외유출 가능성도/저축유인감소 서민도 “쓰고보자”/실물투기억제 등 대비책 세워야 돈이 금융권을 떠나려 하고 있다. 큰손들은 큰손들대로, 서민들은 또 서민들대로 더 이상 돈을 은행에 묻어두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돈의 금융권이탈은 저축의 위기, 곧 산업자금의 부족을 뜻한다. 일부에선 벌써부터 그 징후가 나타나고 있어 1∼2년후면 「실제상황」이 될 공산이 크고 최악의 경우 제도금융권에 일대 혼란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금융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큰손들의 금융권탈출은 1년남짓 앞으로 다가온 제2단계 금융실명제인 금융소득종합과세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실명전환된 가·차명예금은 약6조원. 우리나라 지하경제규모가 금융자산총액(4백조∼4백50조원)의 10∼20%에 달한다는게 통설이고 보면 수십조원의 뭉칫돈들은 아직도 남의 이름으로 제도금융권에 깊숙이 잠복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도 부부합산금융소득이 4천만원이상인 종합과세대상자가 전국에 10만여명, 이들의 연간 총금융소득은 약10조원으로 보고 있는데 현재 금융저축 평균수익률(연10∼12%)을 감안한다면 이들이 보유한 예금총액은 80조∼1백조원대로 추산된다.

 어차피 탈출구를 찾아야만 할 돈들이다. 종합과세로 무거운 「세형」과 출처조사위험까지 안게 된 큰손들로선 이제 안전성과 수익성의 매력이 없어진 금융저축에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럭키금성경제연구소는 9일 종합과세후 제도권 이탈가능 자금규모는 약56조원이며 이중 17조∼28조원은 이동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대우경제연구소도 이날 29조원의 예금이 세금도피처(TAX HEAVEN)로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96년을 전후해 약20조∼30조원의 뭉칫돈이 대이동하는 이른바 「큰손들의 엑서더스」가 벌어질 것이라는 충격적 시나리오다. 최근 사채시장에 수조원대의 장기저리 현찰이 나돌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 것도 종합과세라는 궁지에 몰린 검은 돈의 소유자들이 돈을 숨길 곳을 찾고 있는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일부은행과 투금사에는 예금을 3억∼5억원씩 무더기 인출하겠다는 거액고객들의 요구가 들어오고 있다.

 대우연구소 강석훈박사는 「은신처를 잃은 검은 돈들은 일단 주식 채권 부동산에 고르게 흩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식 채권에 몰린다면 제도권내의 자금이동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역시 돈을 묻어두기에 가장 좋은 곳은 부동산이다. 당장은 전망이 불투명해도 언젠가 단번에 수배 또는 수십배의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큰손들이 아예 일찌감치 유가증권이나 현찰로 증여하거나 해외로 변칙유출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저축유인의 감소는 서민들도 마찬가지다. 「저축하고 소비한다」는 생각대신 「쓰고 남으면 저축한다」 「저축을 깨서라도 쓰고 보자」는 극단적 소비주의가 팽배하고 있다. 올들어 가계소비증가율은 소득증가폭을 앞질렀고 한자릿수 성장시대에 먹고 마시고 즐기는데 쓴 비용은 두자릿수로 늘었다. 소비도 경제에서 미덕이긴 하나 적정선을 넘어서면 거품만 일으키는 독소일 뿐이다.

 한국개발연구원 강문수박사는 『소득과 조세부담이 늘고 사회보장제도가 확산될수록, 즉 선진국형 사회에 접근할수록 저축의 절실함은 줄어들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저축유인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월급받아 한푼 두푼 저축하고 이자까지 합쳐 봤자 물가와 집값이 저만큼 앞서가는 상황에서는 어떤 제도적인 저축유인책도 무력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서민들의 재산증식과 저축증진을 위해 남아 있던 세금우대저축들은 폐지되고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상품(CD CP 표지어음등)들만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검은 돈이건 깨끗한 돈이건 저축으로 제도권에 머무른다면 소중한 산업재원이 되지만 제도권을 벗어나면 투기 인플레 과소비의 요인으로 돌변한다. 국내저축률(34%)이 아직까지는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긴 하나 적정성장을 위해선 더 많은 저축이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큰손들이 금융권에서 벗어나지 않도록(실물투기억제책), 또 서민들이 자발적으로 금융권으로 들어오도록(저축유인책) 하는 대책이 시급하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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