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중반 어느해의 여름. 박대통령은 내무부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제주지사가 공항출입이 잦아 할일도 제대로 못한다는데, 조사해서 경고하시오.」 피서철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온 「고위층」까지도 지사가 직접 영접하는 바람에 하루평균 대여섯번의 공항출입을 해야했다는 것이다. ◆80년대초 국회의원들의 외유붐이 한창일때의 일이다. 홍콩의 한국총영사관은 의원들의 호텔예약요청이 있을 경우 가급적이면 구룡바닷가의 특정한 호텔만을 예약하도록 했다. 객실부족등 사정에따라 예약호텔이 다를 수 있다. 그런데 본국의 상사로부터 뜻하지않던 질책이 계속되었던 것이다. ◆귀국한 일부의원들이 「누구는 좋은 호텔을 잡아주면서, 사람차별한게 아니냐」며 부처상관에게 불평아닌 불평을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세계 어디를 가봐도 다른나라 공관원들은 우리처럼 공항을 제집드나들듯 출입하지 않는다. 「귀빈」들도 일단 호텔에 여장을 푼다음 필요하면 공관을 직접 방문해 협조를 요청한다. 식사, 관광, 심지어는 쇼핑까지 현지공관원의 도움을 필요로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는 듯 했다. ◆감사원은 최근 재외공관에 대한 감사결과 보고서라는 것을 발표했다. 그중에 외교관이 국회의원등 내국인 방문객들의 접대에 근무시간의 태반을 허비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예를들어 일본대사관의 직원2명은 1년동안 1백58일을, 뉴욕총영사관의 직원3명은 1백21일등 한해의 3분의1이상을 공항왕래로 허비했다는 것이다. 문민정부 출범과함께 사라졌다던 권위주의가 아직도 엄존하고 있음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재외공관직원들은 모두가 막중한 임무를 띤 외교관이다. 특히 요즘처럼 국제경쟁력강화를 위해 통상외교활동에 전념해야 할 시기에 이들에겐 그야말로 시간이 금과 같다. 과감한 의식전환과 구습탈피가 시급하다. 이에 관한 한 모두 「높은 분」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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